국민은행과 지주사인 KB 금융지주가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불거진 ‘집안 싸움’과 관련해 나란히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를 받게 됐다. 이번 특검은 이건호 국민은행장 측이 전산시스템을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바꾸기로 의결한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금감원에 특검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민은행이 내부 경영문제조차 스스로 풀지 못해 감독 당국까지 끌어들일 지경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2012년부터 추진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는 소요예산이 약 2,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은행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지난 4월 표결을 통해 8대 2로 유닉스 시스템 채택을 의결했다. 임영록 지주 회장 쪽의 사외이사 6명이 가결을 주도했다. 그러자 이 행장 측은 내부감사를 벌여 이사회 결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반격에 나섰고, 이사회가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금감원에 특검을 요청했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국민은행 행장 측과 사외이사들 사이의 내부 의사결정을 둘러싼 마찰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임 회장과 이 행장 사이의 은행 경영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이 파다하다. 금융관료 출신인 임 회장이나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이 행장은 모두 은행 외부인사로 각각 다른 계통의 ‘낙하산’을 타고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유기적 공조가 절실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사사건건 대립하며 내부 기강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국민은행은 민영금융기관이지만 막중한 공익적 책무도 짊어지고 있다. 선도 은행으로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국내 은행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모범을 보여 마땅하다. 그런데도 거꾸로 100억원 대 국민주택채권 위조 횡령 사건과 도쿄지점의 4,000억 원대 부당대출 사건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내분 사태는 그런 위기를 부른 총체적 기강 해이의 주된 배경이 ‘낙하산’인사일 가능성을 일깨운다. 이왕 불거진 이번 내분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도록, 해묵은 병폐의 원인을 철저하게 파헤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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