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의 식사를 제공했던 대학 학생식당이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식당에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학교측의 일방적인 폐점 통보에 학생들은 학생식당을 돌려달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고려대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대표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신법학관 5층 학생식당인 일명 ‘법대리아’ 폐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밀실행정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법대리아는 다른 건물에 있는 학생식당을 이용하려면 10여분간 이동해야 하는 법대생뿐만 아니라 인근 단과대 학생들까지 하루 평균 8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김밥 1,500원, 비빔밥 3,500원 등 가격도 저렴하다.
그런데 학교는 신법학관 1층에 있는 교수휴게실을 옮겨야 한다는 이유로 2011년 말부터 법대리아측에 철수를 요구해왔다. 2001년부터 14년째 법대리아를 운영해온 황분화(61) 사장은 “2년 계약을 맺은 후 문제가 없으면 3년을 연장하는 식이어서 2010년 계약을 했으니 사실상 계약 만료 시점은 2015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학교는 CJ법학관 공사가 한창이었던 2011년 말부터 계약연장 불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 신법학관 옆에 들어선 CJ법학관 1층에는 CJ 계열 프랜차이즈 식당과 커피전문점이 들어왔다. 이 식당의 가장 저렴한 메뉴 가격은 8,500원으로 법대리아의 두 배가 넘는다.
학교측은 “(법대리아와는) 2011년 만료된 계약을 연장해 올해 6월까지만 영업하기로 상호 합의된 사항”이라며 “학생들의 불편을 감안해 신법학관 6층에 매점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거세다. 박수민(25ㆍ국어교육)씨는 “저렴한 가격에 빨리 식사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신영호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프랜차이즈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고만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민예지(21ㆍ철학) 문과대 학생회장은 “학교는 매점을 만들어주겠다고 하지만 매점에는 조리시설이 들어갈 수 없어 법대리아의 대체재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중운위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2,116명에게 법대리아 폐지 반대 서명을 받았고, 신영호 원장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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