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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부검

입력
2014.05.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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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거나 의학적 과실을 규명하기 위해 하는 것이 부검(剖檢ㆍautopsy)이다. 사건현장에서 희생자의 사인을 1차 조사하는 검시(檢屍)나 추후 법의관이 시신을 해부하는 부검은 사인 뿐 아니라 희생자의 신원, 사망 시점과 정황, 범죄 수법, 범인의 심리ㆍ신체적 특징 등 많은 단서를 던져준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거꾸로 죽은 자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게 부검이다. 희생자가 죽은 몸을 통해 시도하는 대화를 과학적으로 얼마나 잘 알아듣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 미국 조직병리학 통계에 따르면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인의 3분의 1이 부정확하고, 부검에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또 부검 4건 중 한 건에서 중대한 의학적 진단 실수가 발견된다. 특히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알려진 죽음에서 심각한 오류가 자주 나온다. 미국의 경우 이런 의학적 오류가 부검을 통해 밝혀지는 게 전체 부검의 8.4~24.4%에 달한다.

▦ ‘두 번 죽는다’는 뜻의 ‘두벌죽음’이라는 말에서 보듯 부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효의 개념과 사람이 이승에서 못 이룬 것을 저승에서 이룰 수 있다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관을 꺼내 주검을 훼손한다는 ‘부관참시(剖棺斬屍)’라는 형벌이 나온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법의학 수준은 매우 낙후돼 있다. 외국처럼 검시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도 적고, 수사에서 검시관이나 법의관의 권한도 미미하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자기부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검을 해서라도 원인을 정확히 찾자는 뜻일 것이다. 지난 3월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비극적으로 자살했을 때도 ‘사회안전망 부검’목소리가 높았다. 사건ㆍ사고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부검을 터부시하는 의식만큼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다. 대한민국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부패한 대한민국에 대한 부검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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