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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하나에 죽고 산다... "내 이름은 작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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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하나에 죽고 산다... "내 이름은 작전코치"

입력
2014.05.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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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광주 KIA-LG전. 0-1로 뒤진 LG의 3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손주인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최태원 작전코치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양상문 감독으로부터 사인을 전달 받은 최 코치는 가슴→귀→헬멧→손등→헬멧을 차례로 만진 뒤 손뼉을 두 번 쳤다. 그리고는 1루 주자 손주인을 향해 주루에 관한 수신호를 보냈다.

야구는 사인으로 소통하고, 사인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차명석 MBC SPORTS+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투ㆍ포수가 주고 받는 사인만 팀 당 150개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 감독과 작전 코치, 작전 코치와 선수, 선수와 선수간의 사인을 합하면 경기당 1,000번은 족히 된다.

그라운드의 지휘자

작전코치는 감독의 사인을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때문에 감독은 순간 판단력과 눈썰미가 뛰어난 코치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작전코치는 스프링캠프 때 선수들과 사인을 정한다. 시즌 중에도 수시로 숙지한다. 가령 모자를 키(key)로 정하고 왼손으로 네 번째 터치하는 부분이 ‘진짜 사인’이라는 식이다. 가령 손등=번트, 팔뚝=치고 달리기, 어깨=도루 등이다. 사인을 내는 과정에서 왼손이 다시 키(모자)로 가면 이전 사인은 취소다. 보안도 철저하다. 최만호 넥센 작전코치는 “우리 팀 선수가 타 팀으로 트레이드 된 경우라면 사인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코치는 “타자가 사인을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 싶으면 다시 내 주기도 하고, 반대로 타자가 작전코치에게 사인을 내 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Go)냐, 스톱(Stop)이냐

작전 코치는 경기 내내 사인을 보내는 것뿐 아니라 득점과 연결되는 순간에 주자의‘고, 스톱(go, stop)’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성공하면 주자의 기민한 주루플레이를 칭찬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책임은 고스란히 3루 주루코치를 겸하고 있는 작전코치에게 돌아간다. 잘 하면 본전이고, 못 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로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작전코치들은 수 백 가지에 이르는 상황 별 주자들의 ‘행동 강령’도 미리 머리 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스트레스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해소하기 쉽지 않다. 판단력이 흐트러질 수 있어 일부 팀들은 작전코치에게 ‘금주령’을 내리기도 한다. 지난 시즌 도중 3루 코치에서 1루로 전업한 심재학 넥센 코치는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한번쯤 경험해 볼 만한 자리”라고 말했다.

광주=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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