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유로 가파른 하락에도 고가 전략 고수하며 유럽産 가격 인상 줄이어
고전하는 수입 화장품은 비용압박 메우려 값 올려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수입 고가 브랜드(일명 수입명품)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오르고 있다. '비싸야 잘 팔린다'는 우리나라 시장의 '명품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하는 전략이란 평가다.
20일 금융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원·유로 환율은 지난 해 6월 1,530원대에서 지난 13일 현재 1,400원 밑으로 내려왔다. 원·유로 환율 1,400원대가 무너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하지만 환율하락으로 가격인하요인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산 수입명품 가격은 떨어지기는커녕 더 올랐다. 프랑스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올해 3월 가방과 지갑 등 제품 가격을 평균 7% 올렸고, 앞서 1월 역시 프랑스 브랜드인 에르메스도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상했다. 프랑스 브랜드인 샤넬, 이탈리아 브랜드인 페라가모와 프라다 등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들도 지난해 말부터 평균 최저 2% 이상씩 가격을 올렸다.
이들 업체는 가격인상에 대해 "본사의 방침"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내 명품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데다, 오히려 가격 인상을 앞두거나 인상된 이후 더 잘 팔리기 때문에 환율에 관계없이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2년과 2013년 판매가 주춤했던 해외 수입브랜드들은 올 들어 가격을 올린 이후 주요 백화점 등에서 두자릿수 이상 매출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대형백화점 관계자는 “세월호 등의 여파에도 불구 올 들어 해외명품 매출은 지난 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는 가격인상보다는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의 인기 브랜드를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환율 때문에 명품 브랜드 가격인하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명품브랜드 관계자는 “사실 환율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6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한두 달 사이 환율이 떨어졌다고 가격이 내려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요 수입화장품 브랜드들도 가격을 인상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비오템은 올 초부터 대표제품 가격을 4~7%, 입생로랑도 틴트, 립제품 가격을 4~5% 올렸다. 또 프랑스 브랜드 랑콤, 슈에무라 등도 3월부터 면세점 판매가격을 4~6% 인상했다. 한 국내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수입화장품이 국내서 고전하면서 역신장까지 하게 되자 비용압박을 가격 인상으로 메우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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