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관광하듯 찾아오는
노출 옷차림의 방문객들
오지 말래도 오는 정치인들…
세심한 배려 점차 사라져
“벌써 추모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는 건가요? 생각 없는 행동에 실종자 가족들은 또 가슴을 칩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 35일째, 아직 17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배려심 없는 행동이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있다.
20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앞 대한적십자사 무료급식소 천막. 오전 11시 30분이 지나자 점심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줄은 금세 10m 넘게 이어졌다. 안산 단원고 실종 학생 아버지는 “여기 지원 나온 기관 직원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식사를 하려고 줄을 선 것”이라며 “식사 한 번 하려면 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와주러 온 고마운 분들이지만 실종자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가 이전만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전남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는 아직 실종자 가족 수십 명이 남아 있다. 사고 초기보다 가족 수가 줄었지만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그리며 슬퍼하는 마음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주말 추모객 중에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에 슬리퍼, 짙은 선글라스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복장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 여성은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가 애들 죽은 곳인가”라는 등 실종자 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마치 관광지 둘러보듯, TV에 나온 장소 구경하듯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고 고통스럽다”며 “그 사람들 눈에는 아직 가족을 바다에 두고 발을 동동거리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건지, 제 정신인지 의심스럽다”고 분개했다.
세월호 참사 후 한 달 넘게 자원봉사중인 김모(54ㆍ여)씨는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줄면서 한산해졌다고 해도 팽목항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사고 현장”이라며 “마지막 한 사람이 구조될 때까지 실종자 가족들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제발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의 방문 자제 요청에도 정치인들의 팽목항과 진도 실내체육관 방문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하루에만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서남수 교육부 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다녀갔다. 20일 오후에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팽목항을 방문했다. 이들의 방문을 두고 한 실종자 가족은 “오지 말라는데도 계속 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여긴 관광지가 아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진도=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