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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국훈련 10년째, 토론만 했다

입력
2014.05.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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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공무원 절반 이상

전문교육 받은 적 없어

민간과 협력 강화하고

기관장 꼭 참여시켜야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정부는 2005년부터 국가 차원의 재난대응훈련인 ‘안전한국훈련’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2004년 소방방재청이 독자적 재난기구로 출범하면서 매년 2~3일 일정으로 실시해 온 안전한국훈련은 국무총리가 주관하고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이 실무를 담당해 각 기관ㆍ부서별 임무와 역할, 대응 매뉴얼 등을 점검(실행)한다. 태풍 홍수 지진 등 자연재난은 물론 화재 붕괴 폭발 환경오염 등 33가지 재난 유형을 총망라한다.

이런 국가 차원의 재난대응훈련을 10년이나 하고도 세월호 침몰에서 한심한 대응능력을 노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거창한 계획과는 달리 훈련 대부분이 토론식으로 진행되고, 훈련에 참여한 재난 담당 공무원도 실상 ‘안전문외한’이 많아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는 지적이다.

20일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6일부터 3일간 407개 기관이 참여해 실시된 안전한국훈련에선 총 497차례 훈련이 이뤄졌는데 이중 토론기반훈련이 402차례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실행기반훈련은 95차례에 그쳤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취소되긴 했지만 올해 예정됐던 684차례 훈련 중에도 토론기반훈련이 506차례나 됐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훈련 목표에 따라 여러 훈련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매뉴얼은 만들었지만 유관기관별로 임무와 역할을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숙지하는 토론기반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실제 재난상황에서 인력과 장비를 가동하는 실전훈련을 하기에도 빠듯한 훈련시간을 토론에 허비한다는 것이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매뉴얼을 숙지하는 토론식 훈련은 평상시에 이뤄져야 하고 훈련기간에는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전훈련을 통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담당 공무원 역량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한국정책학회가 발간한 ‘안전한국훈련 인지도 제고 및 종합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훈련에 참여한 재난 담당 공무원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절반 이상(52.5%)이 재난대응 관련 전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지자체 재난부서장(국ㆍ과장)의 평균 재직기간도 14개월에 그쳤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것이 지자체 안전담당자인데도 전문성 고려 없이 ‘쉬어가는 자리’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전한국훈련이 이름값을 하려면 민간과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기관장을 반드시 훈련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 재난 발생 시 도움을 많이 주는 것이 민간파트”라며 “민간구조단체는 물론, 부상자 이송이나 구조장비 운송에 동원할 수 있는 버스 택시 중장비 회사까지 보유장비와 인력을 체크하고 안전훈련기간에 참여해 재난 발생 시 협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은 교수는 “실전에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작동하려면 기관장이 현장상황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 나라 기관장 중에서는 훈련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특히 수자원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인력이나 장비 동원 결정권이 있는 기관장은 의무적으로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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