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까지 사법처리 檢 강경 방침에 버티기 나선 듯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검찰의 소환 불응에 이어 20일 예정됐던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도 거부했다. 지난 12일 검찰에 불출석한 장남 대균(44)씨도 잠적 상태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이후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던 유씨가 180도 태도를 바꾸고 검찰은 물론 법원까지 무시하며 배짱을 부리는 의도는 무엇일까.
법조계는 유씨 일가가 “수사에서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더 잃은 것이 없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검찰이 비리에 연루된 일가 및 측근 전원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일반 사건처럼 부자를 같이 구속하지 않는 등의 타협이나 선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것.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통 가족 전체를 처벌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번에는 유씨와 자녀 모두가 조사와 처벌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유씨가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고 마음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던 유씨의 발언은 검찰에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유씨는 변호인을 통해 그런 뜻을 전하며 “전 재산은 100억원이고 모두 내놓겠다”는 말도 했다. 어느 정도 책임을 질 테니, 선처를 해달라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애초부터 ‘관용’은 염두에 없었다. 검찰은 “수사의 첫번째 목표는 유씨 일가에 대한 처벌”이라며 “수사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의혹에 대해 조사한 후 책임을 지우겠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아해 전 대표 이강세(73)씨 등 계열사 대표와 유씨의 측근들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족족 구속됐다.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은 9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균씨 등 자녀들에 대한 소환 통보가 바로 구속 방침으로 받아들여졌다. 유씨에게‘타협은 없다’는 답을 보낸 것이다.
결국 유씨 일가는 ‘나가면 바로 구속되고, 구속된 뒤에는 자연히 재판에 넘겨져 중형을 선고 받을 게 뻔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소유주로서 이번 참사를 일으킨 주 장본인으로 몰리고 있는 유씨 입장에서는 1,00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까지 더해져 검찰이든 법원이든 나가는 것 자체가 ‘사지(死地)’로 걸어가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유씨의 나이를 고려하면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유씨는 어차피 사지로 가는 거라면, 버틸 때까지 버티거나 차라리 도망가다 잡히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유 전 회장에게 도망의 죄까지 더해 법정 최고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공개 경고했지만, 유씨 스스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거나 법정에 서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유씨가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을 중심으로 “이번 참사의 모든 책임을 유씨에게 지우려는 여론몰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종교탄압이란 논리가 등장한 것도 유씨의 도주에 방패막이가 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정 및 반론보도문]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관련
본보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에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비롯해 선원 상당수가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로 알려졌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장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구원파를 설립하고 구원파 목사로 활동했으며,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그 배후로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5월 공문을 통해 “오대양 사건 집단자살이 구원파나 유병언 전 회장과 관계 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었다”고 확인한 바, 관련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세월호 선장 및 선원 중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는 한 명도 없으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81년 구원파 교단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해당 교단에서 목회활동을 한 사실이 없기에 유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주(총수)라는 일각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왔습니다. 아울러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와 관련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번 구원 받으면 회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교리는 없으며 구원받은 이후에도 성경말씀에 따라 잘못된 행실을 수시로 자백하고 고쳐야 한다는 교리가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한편, 유병언 전 회장측에서는 기업명인 ‘세모’는 성경의 ‘모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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