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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軍 "정국불안 해소" 계엄령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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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軍 "정국불안 해소" 계엄령 선포

입력
2014.05.2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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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한 태국 군인들이 20일 오전 3시(한국시각 오전 5시) 치안 유지를 내세운 군부의 계엄령 선포 직후부터 방콕 경찰본부 앞을 지키고 있다. 이날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던 친·반정부 시위대는 집회를 취소하고 군부의 동향을 주시했다. 방콕=AP연합뉴스
중무장한 태국 군인들이 20일 오전 3시(한국시각 오전 5시) 치안 유지를 내세운 군부의 계엄령 선포 직후부터 방콕 경찰본부 앞을 지키고 있다. 이날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던 친·반정부 시위대는 집회를 취소하고 군부의 동향을 주시했다. 방콕=AP연합뉴스

반정부 세력 지원 가능성

사실상의 쿠데타로 관측

美 "임시조치 돼야" 전제

태국군이 20일(현지시간) 오전 태국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잉락 친나왓 총리가 이달 7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실권하면서 다시 심화된 정국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명분이다. 친정부-반정부 세력의 극한대립을 관망해오던 군부가 ‘쿠데타’ 논란 속에 사태 개입에 나서면서 6개월 간 동요해온 태국 정국이 분수령을 맞게 됐다.

6개월 만에 나선 군

이날 오전 3시 계엄령을 선포한 군부는 치안당국인 평화질서관리센터(CAPO)를 폐지하는 한편, 수도 방콕 시내에 무장병력을 배치하고 친정부ㆍ반정부 진영 채널을 포함한 위성방송 채널 10개의 송출을 중단시켰다. 또 군이 소유한 TV방송 자막을 통해 ‘계엄령 선포는 쿠데타가 아니다’라며 ‘평화 유지 및 국민안전 유지를 위한 조치이니 놀라지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오전 6시 30분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악의를 가진 이들이 무기를 이용해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신속히 찾기 위해 모든 조직의 활동 중단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찬-오차는 계엄령 선포의 근거로 1914년 제정된 계엄법을 들었다. 무기 사용, 집회ㆍ언론 등 통제, 영장 없는 인신구속, 범죄용의자에 대한 군법 적용 등이 계엄군의 법정 권한이다. 계엄군의 권한을 민간정부보다 우위에 둔 이 법은 계엄령의 형식을 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군이 100년 전 왕정 시절에 만들어진 계엄법을 들고 나온 것을 두고 부미폰 아둔야뎃 국왕과의 교감설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군은 나와툼롱 분송파이산 총리대행과는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정부세력의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나와툼롱 총리대행은 “군은 헌법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데타냐 중재냐

계엄 선포는 나와툼롱이 정치 위기 해소를 위해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상원의 요구를 거부한 지 하루 만에 단행됐다. 그 전날에는 반정부시위 지도자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가 “현 정부 퇴진 및 새 과도총리 임명을 위해 25일까지 총공세를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내각이 수세에 몰린 시점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것을 두고 군이 반정부 세력의 편에 서서 권력 교체에 나섰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의 쿠데타라는 것이다. 태국군의 오랜 정치개입 역사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지금의 입헌군주제를 수립한 1932년 쿠데타를 시작으로 태국군은 모두 18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11차례 집권했다. 잉락의 친오빠로 현 집권세력의 핵심 배후인 탁신 친나왓을 2006년 총리직에서 쫓아낸 것이 최근 사례다. 때때로 쿠데타를 불승인하며 군을 견제해온 부미폰 국왕이 친나왓 가문과 껄끄러운 관계인 점도 군부에 유리한 상황이다.

군은 쿠데타 의혹을 부인하며 양 진영의 협상을 중재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반정부 세력은 상원이 중립적 인사로 새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친정부 세력은 7월로 예정된 총선까지 현행 과도내각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이 권력 장악을 노리더라도 당장은 중재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섣불리 반정부 진영을 편들었다간 ‘레드셔츠’로 불리는 친정부 세력의 격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소요사태 장기화로 1분기 성장률이 0.6% 후퇴하는 등 경제적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군은 이날 오후 정부 실무 총책임자인 상무차관과 주요 정부기관장을 소집해 업무 보고를 받는 등 계엄 활동을 진행했다. 양측 시위대는 집회를 자제하며 군부의 행보를 지켜봤다. 해외 망명 중인 탁신은 트위터에 “계엄 시행은 예상됐던 일로 민주주의를 훼손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계엄령은 민주주의를 약화하지 않는 임시적 조치에 머물러야 한다”고 군부를 견제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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