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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서 주류로, 상업서 예술로 이끄는 시험대... 칸은 배우를 재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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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서 주류로, 상업서 예술로 이끄는 시험대... 칸은 배우를 재창조한다

입력
2014.05.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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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캐처'에 출연한 마크 버팔로(왼쪽부터), 스티브 카렐, 채닝 테이텀이 19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행사장에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P연합뉴스
'폭스캐처'에 출연한 마크 버팔로(왼쪽부터), 스티브 카렐, 채닝 테이텀이 19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행사장에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P연합뉴스
'폭스캐처'의 한 장면. 칸=AP연합뉴스
'폭스캐처'의 한 장면. 칸=AP연합뉴스

할리우드 미남스타 매코너헤이 2년전 2편 나란히 경쟁부문 올라 연기파 배우 이미지 변신 계기로

레슬링선수역 맡은 '폭스캐처'로 올해 칸 진출 美배우 채닝 테이텀 또 다른 '칸의 발견' 될까 눈길

2012년이었다.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눈길을 끄는 이름이 있었다. 매슈 매코너헤이였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 미남 배우는 칸영화제와 거리가 멀었다. 온몸이 남성 호르몬으로 충전된 듯한 배우인데 상업영화에 더 어울렸다. 매코너헤이의 연기 행보도 외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규모가 큰 공상과학영화나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에 얼굴을 내밀며 젊음을 소진했다. 그의 출연작 중 수작이라 생각될 영화는 거의 없었다.

그가 ‘배우’로 보인 때도 있었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2011)에 출연해 속물 변호사 믹을 연기했을 당시다. 목숨까지 위태로운 위기에 직면한 믹이 술을 마시며 해결책에 골몰할 때 카메라는 짓무른 눈두덩을 클로즈업한다. 스트레스와 알코올에 절어 무너진 얼굴이 역설적으로 대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비쳤다.

2012년 칸국제영화제엔 매코너헤이가 주연한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경쟁부문에 올랐다. ‘머드’와 ‘페이퍼 보이: 사형수의 편지’였다. 두 영화 속 매코너헤이는 파격 이상이었다. ‘머드’에서 그는 연인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자 신세가 된 피 끓는 사내 머드를 연기했다. 팔뚝에 문신을 한 그가 소년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만으로도 인상적이었다. ‘페이퍼 보이’ 속 역할은 충격이었다.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미국 사회의 혼돈을 묘사한 이 영화에서 매코너헤이는 신문기자 워드를 연기한다. 워드가 발가벗겨지고 밧줄에 묶인 채 린치를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미지만으로 그는 자신의 배우 이력을 다른 차원으로 옮긴다.

칸영화제에 진출한 두 편의 역할 덕분일까. 매코너헤이는 스타에서 배우로 발돋움했다. 아마 칸영화제를 통한 극적인 이미지 변신이 없었다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그가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예술영화의 최전선인 칸영화제는 종종 배우들의 시험대 역할을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위한 무대로 활용된다. 변방의 배우들이 예술영화를 디딤돌 삼아 주류로 진입하기도 하고 상업영화 배우들이 칸영화제 진출 작품을 통해 숨겨진 자신의 연기력을 알린다. 스페인의 대표 배우 중 하나였던 하비에르 바르뎀은 칸영화제 단골손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여러 영화로 세계 시장에 얼굴을 알렸고 할리우드의 개성파 배우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엔 혀암을 극복하고 스크린에 복귀한 마이클 더글러스가 ‘쇼를 사랑한 남자’에서 알몸으로 동성애를 표현했다. 더글러스는 일흔에 다다른 나이에 시도한 파격 변신으로 여러 가십에 묻혔던 자신의 연기 인생을 새삼 부각시켰다.

올해는 할리우드 스타 채닝 테이텀과 코미디배우 스티브 카렐이 칸이라는 시험대에 섰다. 둘은 경쟁부문 진출작인 ‘폭스캐처’에서 호흡을 맞췄다. 테이텀은 오직 레슬링 밖에 모르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크로, 카렐은 그를 후원하는 억만장자 존으로 각각 등장한다. 마크가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두 주먹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사정 없이 때릴 때, 존이 무표정한 얼굴 위 초점 없는 눈으로 그윽하게 마크를 바라볼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배우의 탄생이 느껴졌다. 영화 상영이 끝날 무렵 스크린에 테이텀과 카렐의 이름이 새겨질 때 칸의 객석에선 박수가 터졌다. 아마 두 사람의 이력은 2014년 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 것이다. 칸영화제의 배우 재창조는 그렇게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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