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세월호 집회 강제 진압 영상은 유튜브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상보기
“경찰의 과잉진압을 말리려던 것인데, 연행이라니요.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제게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울 신당동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박모(42)씨는 18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친구 2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선물을 사려고 술집 인근 초콜릿 가게에 들렀던 박씨는 눈 앞에서 집회 참가자 수십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가만히 있으라’ 피켓을 든 대학생들이 바닥에 쓰러져 팔을 꺾여 제압당하고 사지를 붙잡혀 호송차로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조금 전까지 침묵행진을 하던 학생들이었다.
‘말도 안 되는 처사’라는 생각에 경찰의 연행을 막았던 박씨는 결국 이날 연행자 100명 중 한 명이 됐다. 19일 서울 구로경찰서 유치장 입감 중 본보 기자와 면회한 박씨는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을 뿐”이라고 위축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까지 거래처 두 곳에 납품해야 할 물건이 있었던 박씨는 구로서에 호송된 13명 가운데 유일하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경찰 조사에 적극 응했다. 그러나 연행 20시간이 넘도록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처음에는 소리만 질렀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경찰관 어깨를 서너 번 쳤다고 진술했다”면서 “해산명령불응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의 신병 문제는 서울경찰청,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이런 경찰의 무차별 연행은 결국 참사에 대한 정당한 비판의 목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폭력 집회 도중 벌어진, 의도하지 않은 불법행위까지 즉각 연행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참가자들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청와대 근처까지 진출하려 한다면 제지할 수 있겠지만 18일 집회는 절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경찰이 참가자들과 불필요하게 충돌하기 보다는 사후 벌금 등 책임을 묻는 게 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강경대응에는 시민들의 비판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어떤 표현에 대해 선제적으로 강하게 대응하면 주변이 다 얼어버린다는 개념의 ‘냉각효과(Chilling effect)’를 경찰이 노린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 관련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임무수행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는 등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공권력 남용이지만 이날 연행은 경찰의 기본 임무”라며 “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경찰이 임무를 게을리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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