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 방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현재 ‘3처ㆍ3위원회, 17부, 17청’인 정부조직은 ‘5처ㆍ3위원회, 17부, 15청’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또 신설되는 2개 부처가 모두 국무총리 산하가 되는 만큼, 그 동안 ‘대독(代讀) 총리’라는 지적을 받아온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서 얼마나 힘을 위임 받느냐가 조직 개편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과 각 부처에 따르면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가 신설되면, 현재 ‘3처ㆍ3위원회’인 국무총리 산하 부처는 ‘5처ㆍ3위원회’로 늘어난다. 또 17개 부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행정자치업무만 남기고 조직ㆍ인사기능을 행정혁신처로 이관하는 안정행정부는 그 명칭도 ‘행정자치부’나 ‘자치부’ 로 바뀔 전망이다. 핵심 기능이 사라진 만큼 ‘처’로 격하되고 세종시로 이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위 부처를 대신해 업무를 집행하는 ‘청 단위’ 기관의 숫자도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의 타 기관 흡수ㆍ통합 등에 따라 기존 17개에서 15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직개편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은 외교ㆍ안보, 경제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국정운영 방식의 재량권을 대폭 총리에게 이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통령 스스로도 신설 부처에 힘을 실어주겠지만, 이 부처들이 정부 조직법상 국무총리 지휘를 받는 만큼 힘있는 실세총리 혹은 책임총리 등장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총리실 주변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서는 1998년 DJP 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국무총리나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에 버금가는 거물 총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징벌적 조직개편으로 안전행정부가 둘로 쪼개짐에 따라 향후 진행될 정부 부처 통폐합과 공직사회 혁신은 김대중 정부 시절 공공부문 혁신을 맡았던 구 기획예산처 인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박 대통령 담화 작성을 도운 청와대 국정기획실과 조직개편으로 권한이 대폭 강화된 국무조정실에는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비서관 등 기획예산처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전문가들은 조직개편이 성과를 내려면 기능과 조직을 떼어내는 물리적 수준을 넘어서 통합된 조직에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도록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정권에서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상공부와 동력자원부, 건설부와 교통부 등을 통합했지만 이후에도 수 년간 공무원 보직 이동ㆍ승진을 이전 소속에 따라 별도 관리하는 ‘한 지붕, 두 가족’식 행태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중앙부처의 한 관계자는 “능력위주 대신 이전 조직의 기득권과 지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인사관리가 운영돼서는 안된다”며 “신설 부처 수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우 한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성원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박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이 실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음 정권에서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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