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가 현재로선 바람직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LTV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우리나라 특유의 주택시장을 고려해 전셋값까지 부채에 포함시킬 경우 LTV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LTV 규제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LTV 상한 규제 완화는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면서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거시경제의 민감도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LTV 증가가 집값을 상승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가계대출을 더 큰 폭으로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LTV가 50%에서 60%로 확대되면 주택가격은 0.7% 상승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포인트(2013년 기준 약 29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가격이 1% 변화할 때 LTV 50%는 총생산이 0.28% 변동, LTV 60%는 0.37% 변동하는 등 LTV가 높을수록 주택수요 충격에 대한 거시경제의 단기적 변동성도 커졌다.
보고서는 후순위 전세보증금이 통용되는 우리나라 주택대출 구조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인호 연구위원은 “한국의 LTV 규제 수준은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 보수적이지만 전세보증금까지 감안한 평균 LTV는 아주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LTV는 49.4%지만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실질 LTV는 58.7%에 달해, 영국(61%) 홍콩(64%)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LTV 규제 완화보다 규제 단순화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송 연구위원은 “건전성이 높은 은행권에 대한 낮은 LTV 비율로 인한 비(非)은행권의 가계대출 확산, 지역별 차등화 등 지나치게 복잡하게 운용되는 LTV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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