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제한 3년으로 확대
취업이력도 10년간 공시
“대체로 시의적절” 평가
규제 아무리 강화해도
우회할 방법 언제나 있어
공직자-로비스트 간
부적절 만남 차단 위해선
김영란法 조속히 통과해야
박근혜 대통령 담화에 담긴 ‘관피아’개혁안은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조항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 자체가 개혁의 신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관피아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에서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 강화 방침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났듯이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 같은 정부 유관단체가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에서 제외되는 등 현 규정의 제도적 구멍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우선 퇴직 공직자의 유관협회와 조합 등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기존보다 3배 늘리기로 했다. 현재 취업제한 사기업 수가 3,960곳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취업제한 기업 수는 1만2,000여 곳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도 소속 부서에서 소속 기관의 업무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안전감독 업무 ▦이권이 개입할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업무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고 퇴직 이후 10년간 고위 공무원의 취업기간 및 직급 등을 공개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를 도입한다. 퇴직 공직자의 관련 분야 취업이 사실상 봉쇄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김영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도 요청했다.
대통령 발표에 대해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시의적절한 대책”이라며 “이제 우리나라도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 산하 기관과 협회를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챙겨 일신의 안일을 꾀하는 것은 끝낼 때가 됐다”고 밝혔다.
비판도 있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퇴직 관료들은 지금도 취업제한 기간 동안 규정을 피하기 위해 업체에서 마련해준 소규모 법인에 근무하며, 사실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취업제한 규정을 2년에서 1년 연장한 것은 별 효과가 없을”것이며 “원천 금지가 무리라면 최소 5년으로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취업 제한 대상 기관을 늘리는 것으로 공직자와 퇴직공직자간의 부적절한 유착을 막겠다는 것은 현상에만 매달린 발상으로 관련 기업과 기관을 얼마나 더 늘리면 목표가 달성될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공무원도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퇴직 후 취업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일종의 기본권 제한이며, 이보다는 미국처럼 사익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는 행위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활동제한’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바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의 취업제한 조항을 아무리 강화해도 이를 우회할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 보다는 공직자와 퇴직 공직자간의 부적절한 만남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직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았다면 대가성에 상관없이 처벌하는 김영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에 대해서 모든 전문가가 공감했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김영란법은 부정부패의 출발점인 공직자와 로비스트의 만남에 대한 명확한 윤리규정이란 점에서 국가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다소 규정이 엄격해 보여도 국회가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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