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서 격돌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19일 후보등록 후 처음 열린 토론회에서 양보 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특히 정 후보가 박 후보의 이념 정체성을 거론하면서 때 아닌 ‘색깔론’을 제기하자, 박 후보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시종일관 공방을 거듭했다.
정 후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 후보가 시장 재직 시 관심을 보였던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 사업을 언급하면서 “이 사업에 2,500억원을 썼는데, 이를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후보가 북한 인권 관련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서울시가) 돌고래를 바다에 방생하는데 7억6,000만원을 썼는데, 북한 동포들의 인권이 돌고래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를) 이념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규정한 뒤 “북한 인권은 정말 중요하고 추호의 의문도 없는데 이를 계속 말하는 것은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반격했다.
그럼에도 정 후보의 이념 정체성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시민단체 시절 제주 해군기지와 평택 미군기지가 미군의 전쟁협력 기지라는 문서에 서명했다”면서 한 묶음의 문서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박 후보는 정 후보의 공세가 계속되자 “상대방의 삶과 걸어온 길에 대해선 기본적인 예의가 있어야 한다”며 “저는 정 후보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이와 관련, 박 후보는 토론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 후보가 급하셔서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두 후보는 서울시 개발 공약을 둘러싸고도 공방전을 벌였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임기 중 임대주택 8만호를 초과 공급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한전 부지와 코엑스를 묶어 개발하겠다는 것도 오 전 시장이 이미 언급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는 “저의 분석에 따르면 정 후보의 64개 공약 중 82.8%가 서울시가 이미 추진하는 것이고, 서울에서 중국까지 배로 가게 한다는 공약 등은 대부분 오 전 시장 시절 감사원에서 지적 받은 것”이라고 응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이슈로 떠오른 안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정 후보는 “서울시 안전예산이 오세훈 전 시장 때보다 1,000억원이 줄었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 서울시 안전예산은 6.9% 늘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 후보는 최근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파문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은 것이 정치적 계산에 따른 행동이 아니냐는 지적에 “저는 (정치)고단수가 아니다”라며 답했고, 박 후보는 아들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무혐의인데도 아직도 그러는 분들이 있다”며 “이번에는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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