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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양극화가 '여학생 집단나치' 보코하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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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양극화가 '여학생 집단나치' 보코하람 키웠다

입력
2014.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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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 치복에서 200여명의 여학생을 납치해간 것에 분노한 여성들이 5일 라고스에서 정부가 조속히 구출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 치복에서 200여명의 여학생을 납치해간 것에 분노한 여성들이 5일 라고스에서 정부가 조속히 구출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밤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 치복시의 치복여중은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학교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은 인근 마을에서 나는 총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조금 뒤 기숙사 안으로 제복을 입은 병력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수백 명의 학생을 바깥으로 나오게 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지키러 온 군인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건물에 불을 지르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그제서야 그들이 군인이 아니라 이슬람 무장세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겁에 질린 학생들은 3대의 트럭에 나눠 태워져 옮겨졌다. 일부 학생은 잠깐 멈춰선 트럭에서 뛰어내려 냅다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가까스로 납치를 모면한 학생은 50여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00여명은 아직도 납치범들의 손에 남아있다.

납치된 여학생 가운데 일부는 일인당 2,000니이라(1만4,000원)에 카메룬과 차드의 보코하람 조직원들에게 팔려갔다고 치복 마을 지도자가 말했다. 이슬람 무장세력인 보코하람도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여학생들을 시장에 내다팔겠다고 했다. 납치된 학생의 부모들은 정부가 아이들을 찾는 시늉만 하고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보르노주 와라베에서 8명의 소녀가 또 다시 납치됐다는 소식이 6일 전해졌다. 이젠 세계가 분노로 들끓기 시작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이지리아 여학생 집단 납치 사건 해결을 돕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미국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가슴이 미어질듯 하고 정말 충격적”이라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북부지역 방언인 하우사어로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다’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름처럼 보코하람은 서구식 교육을 하는 학교에 총기를 난사해 학생 수십 명을 죽이는 테러를 반복해왔다. 이들의 테러가 학생에게만 국한된 건 아니다. 동북부와 수도를 중심으로 무차멸 테러를 자행해 올해 1~3월에만 1,500명 이상을 살해하는 등 5년간 보코하람에 희생된 민간인이 4,000명이 넘는다. 보코하람은 치복여중 학생들을 납치한 그날에도 수도 아부자 외곽의 버스 정류장에 폭탄을 터뜨려 최소 75명 이상을 사망케 했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를 이슬람 율법에 의해 움직이는 신정국가화 하는 걸 목표로 한다. 2001년 보르노주 주도인 마이두구리에서 발원한 것으로 알려진 보코하람은 점차 세력을 팽창해 2009년부터 나이지리아 북부 전역으로 세력을 넓히고 본격적인 테러를 벌이고 있다. 최소 18명이 숨졌던 2011년 아부자 유엔건물 자살 폭탄테러와 같은 해 12월 25일 아부자의가톨릭 교회 등에 대한 연쇄 테러로 최소 40명이 사망한 사건 모두 보코하람 소행이었다.

단기간 많은 테러를 동시다발적으로 저지르며 보코하람은 소말리아 이슬람반군 알샤바브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의 주요 테러단체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보코하람은 알샤바브에서 자신들의 무장대원들을 훈련 받도록 하는 등 빠른 세력확장을 위해 힘쓴 결과 2012년 안사루라는 테러조직 분파를 만들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난해 5월 보코하람의 발원지인 보르노주를 비롯한 동북부 3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규모 군 병력을 투입해 보코하람 근거지를 파괴하고 보코하람 무장대원의 수색 및 검거 작전을 펼쳤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또 보코하람 진압작전을 시작한 지 한달 만인 지난해 6월 보코하람을 안사루와 함께 테러단체로 공식 지정했다. 보코하람과 안사루에 금전ㆍ물품 제공 등 어떤 형태로든 협력하거나 협력을 요청하는 행위를 할 경우 테러방지법을 적용해 20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해 보코하람의 고립을 꾀한 것이다.

미국도 지난해 6월 보코하람의 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에게 현상금 7백만달러(약 72억원)를 제시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이라크의 이슬람교 신자들에게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한 성전을 촉구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서아프리카 수배 무장세력 조직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현상금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보코하람은 그러나 나이지리아와 미국의 바람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한때 사망설이 돌던 셰카우는 지난해 9월 배포된 영상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다마투루 등지에서 거센 반격으로 나이지리아 정부군에게 대항했다.

사태를 주시하던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보코하람이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를 통해 알카에다와 연계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보코하람과 안사루를 테러집단으로 공식 규정했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의 거친 공세에 도시나 마을에서 인적이 드문 삼림지역 등으로 거처를 옮긴 보코하람은 학교나 도로, 통행 차량 등 손쉬운 목표물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계속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치불안을 기회로 성장

보코하람의 빠른 세력확장은 이슬람지역인 나이지리아 북부의 유난히 심각한 빈곤과 높은 실업률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나이지리아의 종교가 북부 이슬람, 남부 기독교로 양분돼 있는 것도 보코하람 세력확장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250여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나이지리아는 1960년 영국에서 독립 후 종족과 종교를 달리하는 지역부족 간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영국 식민지배 당시 유전이 있는 남부에는 선교사 등 백인이 몰리며 자연스럽게 기독교가 전파됐고, 그 사이 대학과 병원 등 많은 시설이 확충됐다. 그러나 유전이 없는 북부는 이슬람이 득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남부보다 경제력이 크게 뒤지기 시작했다.

독립 후 종족 및 종교 분쟁에 경제 양극화로 나이지리아의 정치불안은 계속됐다. 독립 후 나이지리아의 정치상황은 북부의 하우사족이 부정부패와 무질서를 척결한다며 강력한 이슬람교 율법을 시행하려 하면 남부의 기독교계 요루바족 등이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실제 독립 이후 1998년까지 38년간 나이지리아에서는 북부를 기반으로 한 세력이 7차례 쿠데타를 시도했고, 또 이를 되찾기 위해 남부가 7차례 역쿠데타를 벌여왔다. 이 같은 정치불안은 다시 종족ㆍ종교 분쟁과 경제 양극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독립 당시 개도국 수준이던 나이지리아 경제는 독립 초반 오히려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보코하람은 이러한 나이지리아의 사회불안을 먹고 자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부의 빈민들이 보코하람에 쉽게 포섭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남부와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보코하람은 분노를 표출하는 일종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5,099억달러(약 536조원)를 기록, 지난해 GDP 3,720억달러(약 391조원)를 기록한 남아공을 제치고 처음으로 아프리카 최고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사회불안에도 지난해 기준 세계 7위의 인구(1억 7,400만명)와 세계 10위의 산유국 지위 등 워낙 탄탄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이룩한 결과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나이지리아가 적극적인 서방의 투자를 유치해 주요 20개국(G20) 가입 등을 노리고 있다”면서도 “보코하람으로 대변되는 사회불안이 일정 수준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쉽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나이지리아 북부지역에서 보코하람과 나이지리아 정부군 간 무력충돌로 지난해만 1,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신흥 알카에다로 몸집 불려

보코하람은 국제적인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와도 연관돼 있다.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2011년 5월 사살됐지만 알카에다는 여전히 건재하다. 빈라덴 생존 당시 그를 중심으로 뭉쳤던 힘이 점조직 형태로 분산됐을 뿐이다.

▦알제리에 근거를 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 ▦예멘이 근거지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 ▦시리아 내전에 관여하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라크의 알누스라 전선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알샤바브(소말리아) ▦안사르 알샤리아(튀니지ㆍ리비아) ▦안사르 알딘(말리) 등도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고, 보코하람도 근래 부쩍 몸집을 불리고 있는 신흥 알카에다 세력이다.

보코하람과 알샤바브 등 중앙아프리카에 등장한 신흥 알카에다 세력은 기존 간헐적으로 중앙정부에 대항하던 모습에서 알카에다의 군사ㆍ재정적 도움을 받은 후 좀 더 조직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 “중앙정부의 권력 공백을 틈 타 득세한 알카에다 분파들이 최근에는 종파ㆍ인종 갈등 등 지역별 특색에 맞춰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또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과 세계 경제 불안 등으로 한동안 알카에다에 대한 서방의 강력한 대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유럽연합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코하람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을 지지하면서도 별도의 군사조치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도 드론 등 알카에다를 상대로 한 공격에 보코하람 등 신흥 알카에다 세력은 사실상 배제해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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