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치 정권이 유대인들에게서 약탈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술품을 대거 보유해 반환 압박을 받아온 미술상 아들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81)가 5일 뮌헨 자택에서 심장병으로 숨졌다. 그는 일부 소장품 반환 의사를 밝혔지만 공개되지 않은 작품도 상당수인데다 현재로는 상속자도 불분명해 작품 소유ㆍ관리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구를리트는 2012년 2월 독일 세무당국의 탈세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택 아파트에 샤갈의 미발표작과 피카소, 마티스의 그림 등 모두 1,406점(1조5,000억원 추정)의 명화를 보유한 것이 드러났다. 이 중 약 590점이 나치 약탈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를리트는 이 그림들의 반환을 거부하다 당국의 세무조사 압박 등을 이기지 못해 약탈품이 확인되면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독일 검찰은 그가 보유해온 작품을 압류한 다음 원소유주 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당국은 이 작품을 박물관에 기증해줄 것을 희망했지만 구를리트는 죽기 전까지 작품 소유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약탈 사실과 작품을 돌려 받을 원소유주까지 확인돼 반환될 작품은 50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구를리트가 결혼을 하지 않아 가족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그림들이 누구에게 상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구를리트가 심장 수술을 받은 후인 몇 개월 전 병원에서 그의 작품들이 외국 미술관으로 가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작품이 어느 기관에 기증될지 알 수 없지만 구를리트가 과거 계약을 했던 오스트리아나 스위스가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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