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보도 개입설, KBS 뉴스 중단되나?
청와대 외압설에 발끈한 KBS 기자협회가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KBS 길환영 사장이 19일 사퇴를 거부하자, KBS 기자협회는 뉴스 제작을 거부했다. 야당 추천 KBS 이사들은 “길환영 사장이 사사건건 개입해 방송 공정성과 자율성을 짓밟아왔다”면서 KBS 이사회에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했다.
기자협회가 20일까지 모든 업무를 중단함에 따라 KBS 뉴스가 방송되지 못할 가능성도 생겼다. KBS 보도본부 소속 부장단 18명과 팀장 49명은 이미 보직 사퇴한 상태다. KBS는 그동안 기자들이 파업할 때 부장단 등 간부들이 뉴스를 제작해왔으나 이번엔 부장단을 비롯해 팀장까지 보직 사퇴한 터라 뉴스 제작이 어려울 수 있다.
KBS PD협회도 성명을 발표하고 “공영방송 KBS가 침몰하고 있다. 청와대 의도에 따라 보도에 간섭하고 제작 자율성을 짓밟은 길환영 사장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한 PD협회는 사장이 퇴진을 거부하면 제작 거부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는 물론이고 드라마와 예능ㆍ교양 프로그램 방송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길환영 사장은 오후 3시에 열린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사퇴를 거부했다. 길 사장은 “자리, 임기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면서 “이번 사태가 그동안 보도본부의 비민주적인 취재ㆍ보도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공개한 외압 일지에 관해서는 일상적인 업무와 관련된 대화라며 공개한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길 사장은 청와대 외압설에 대해서 “그것은 지시가 아니고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면서 “옳지 않다고 하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한 한 기자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리에 연연하고 있는 사람이 후배들이냐”고 물으면서 “후배들이 정권을 비판할 때 외부 압력을 막는 게 사장의 역할이다”고 따졌다. 또 “3개월 뒤에 다른 자리를 알아볼 테니 사퇴해달라”고 요구했다. 길 사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3개월 뒤에 일자리를 만들어 줄 테니 사표를 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알려졌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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