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책임을 갖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희망의 불씨를 전하겠다.”
8일 파주 NFC에서 진행된 브라질 월드컵 본선 엔트리 발표는 시종일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전원이 검은 양복에 노란 리본을 달고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였다. 명단 발표에 앞서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 시간을 가졌다. 홍 감독 뒤에 ‘온 힘을 다하여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홍 감독은 “여러분께서 저희 팀을 비유할 때 ‘홍명보호(號)’라고 많이 말씀해 주시는데 세월호 사고를 통해 제가 갖게 된 무한한 책임을 알게 됐다”면서 “사명감을 갖고 지금 어려운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어려운 시기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면서 브라질 월드컵에 함께할 선수들을 발표했다. 발탁이 예상됐던 박주호(마인츠)와 이명주(포항)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일부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홍 감독은 박주호의 부상 탈락 소식을 전하며 진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어제 밤까지 코칭스태프들과 고민했지만 부상 회복 속도가 더뎌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한 뒤 “나도 박주호가 브라질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 가운데 가장 힘든 도전을 해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해서 선수를 선발했다”고 강조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 한일월드컵까지 4차례 월드컵을 경험했던 홍 감독에게 지도자로 맞이하는 월드컵은 새롭다. 그는 감독으로서 출전하는 첫 월드컵에 대해 “2002 한일 월드컵의 경우 긴장감을 넘어서 공포감마저 있었다. 그 만큼 월드컵은 항상 긴장되는 무대”라면서 “이번 대회가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좋은 과정을 통해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홍 감독과 일문일답.
-박주영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이는데.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어떤 선수든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했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박주영에 대해 특별한 것을 제공해줬다고 하기는 제 입장에서 좀 그렇다.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 박주영이 가진 경험을 배제할 수 없었다. 또 박주영을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고 우리 팀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선발했다.”
-32개국 가운데 가장 힘든 도전이라는 의미는.
“다른 나라의 전력을 봤을 때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해외파가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K리그에서 뽑을 선수가 없다고 하면 실례인 것 같다. 포지션별 경쟁력을 많이 신경 썼다.”
-대표팀의 특성을 평가하자면.
“상대팀에서 우리를 어느 정도 파악할지는 모르지만 젊고 빠른 팀 정도로 평가할 것으로 본다.”
-이전 월드컵 대표팀과 비교해 최강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고의 팀이 되고자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 그리고 역대 월드컵 대표팀과 비교해 나이는 어리지만 나이에 비해 쌓은 경험이나 재능은 뒤떨어지지 않다고 생각한다.” 파주=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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