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이슬람 테러조직 보코하람이 자신들이 납치한 나이지리아 여학생들 모습을 담았다는 17분 분량의 영상을 1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공개했다. 납치 여학생들의 진위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이들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달 14일 피랍 이후 29일 만에 처음이다.
보코하람의 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영상에서 연두색 배경 앞에서 전투복을 입고 자동화기를 든 채 “우리가 학생들을 해방했다. 이들은 이제 무슬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코하람 조직원들이 5년간 수감돼 있다며 그들이 석방되면 학생들을 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상은 이어 납치 학생들로 추정되는 130여명이 야외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검정·회색의 히잡을 쓴 채 앉아 손바닥을 위로 보이고 코란 첫 장을 외며 기도를 했다.
학생으로 추정되는 3명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이 중 2명은 자신이 원래 기독교였으나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말했고, 또 한 명은 위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상이 찍힌 장소나 시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보코하람이 여학생 267명을 납치한 후 납치장소인 나이지리아 동북부 치복시에서 불과 30㎞ 떨어진 지역에서 11일 간 머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나이지리아 정부의 사건 초기 무능한 대처가 비난을 받고 있다.
두 딸이 보코하람에 납치된 피해자이자 나이지리아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에노치 마크는 11일 “보코하람이 납치한 여학생들이 치복시에서 멀어야 약 30㎞ 떨어진 캠프로 옮겨졌다”면서 “여학생들은 11일 간 그곳에 머물렀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에노치 마크는 보코하람이 여학생들을 납치한 이후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잇단 테러를 벌인 것도 치복시 인근에 여학생들을 숨긴 사실을 감추기 위한 눈속임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나이지리아 동북부의 감보루 지역에서 마을주민 100여명을 사망케 한 보코하람의 기습공격이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현재 차드, 카메룬, 니제르 등 주변국 접경 지역을 훑으며 납치된 여학생들을 찾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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