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얼굴 한 번만 보게 해줘요. 제발….”
28일 오후 7시 수색 상황 브리핑이 열린 진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천막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의 절망과 분노가 이어졌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과 비교적 차분하게 질의응답을 했던 전날 브리핑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가족들은 “날씨 때문에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어 오늘은 한 명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 그쳤다”는 대책본부의 설명에 거세가 반발했다. 가족들은 “며칠째 성과가 거의 없다. 말로만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냐” “장관이나 국회의원 아들이었으면 이렇게 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의 끈도 놓아 버렸다. 이제 그냥 원망한다”는 한 여성의 절규에 대책본부 관계자들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일부 가족들은 브리핑이 끝나기도 전에 천막을 빠져 나와 하늘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걷는 것조차 힘들어 부축을 받으며 실종자 가족 천막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팽목항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데다 전날부터 이어진 비바람 탓에 더 힘들어 하고 있다. 더딘 수색 작업으로 천막 생활이 2주에 가까워지면서 이날까지 탈진, 감기 등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1,300명을 넘어섰다. 천막이 한기를 막아 줄 수 없고 배 안에 갇힌 가족 걱정에 제대로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환자까지 나오고 있다.
팽목항 재난의료지원단은 사고 첫날인 16일 32명이던 환자 수가 갈수록 늘어 23일에는 200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재난의료지원단은 진료소마다 의료진을 40여명씩 배치하고 외과 중심이던 의료진을 응급의학과 내과 정신과 등으로 확대했다. 매일 세 차례 가족들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진도=손효숙기자 shs@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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