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은 전후 제정한 헌법에 따라 70년 가까이 적의 침략을 방어만 한다는 ‘전수(專守)방위’ 이념을 지켜왔다.
이날 발표는 이 원칙을 바꿔 자위대의 해외 파병과 군사활동을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일본 안보정책의 기본 골격 전환을 의미한다. 미일 안보협력은 강화되겠지만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군비 확충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가는 물꼬를 튼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관련기사 2ㆍ3면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적 자문기구인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 간담회’에게서 제출 받은 헌법 해석 변경 요청 보고서를 정부의 기본 방향(정부 방침)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필요최소한의 실력 행사는 집단적 자위권도 포함해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해 지금까지 영토 방어를 위한 개별적 자위권만 인정해온 역대 일본 정부의 헌법 해석을 바꾸도록 했다. 또 “유엔의 집단안전보장에 참가하는 것이 헌법상 제약은 아니며 자위를 위한 실력 행사와 보유, 국제공헌을 위한 실력의 보유는 금지된 것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제시해 국제 분쟁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6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고 ▦이를 방치할 경우 일본의 안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공격을 받은 국가로부터 명시적인 지원 요청이 있어야 하며, 그 경우 ▦총리의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제3국 영해 등을 자위대가 통과할 때는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례로 공해상에서 공격을 받은 미국 함정 방어,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 미사일 요격, 일본 주변 유사사태 발생시의 외국선박 검사 등을 들었다.
보고서 사례집에는 한반도 유사시 피난 일본인을 수송하는 미 항공기와 선박을 자위대가 호위하거나, 한반도 상공을 지나 일본을 겨냥하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고 한미연합군사작전 중 해상 기뢰 제거에 일본 함정이 동참하는 경우 등 한반도 관련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일본은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시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겠다고 밝힌 상태다. 집단적 자위권과 별개로 자위대와 경찰 출동의 경계에 해당하는 ‘그레이존 사태’를 상정해 무장집단이 낙도에 상륙한 경우 등 중국을 겨냥한 사례도 제시했다.
아베 총리는 “종래의 헌법해석만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충분한 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진지하게 검토, 개정해야 할 법제도의 기본 방침을 각의결정하겠다”고 자위권 확대에 의욕을 냈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일본 내 방위 안보 논의가 일본의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고 투명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역 안정 및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과거사로부터 기인하는 주변국의 의구심과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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