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기차역에서 남동쪽으로 20여㎞ 떨어진 창안(長安)구 두취(杜曲)진의 양곡창고 버스 정류장 앞. 회청색 벽돌을 3m 높이로 쌓은 담장은 1,500㎡도 넘을 듯한 공간을 직사각형으로 빙 둘러 싸고 있었다. 중국식 붉은 기둥에 검은색 기와를 올려 만든 자주색 솟을대문은 쇠사슬과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러나 담장 가운데 뚫린 창문살을 통해서 그 안의 모습은 충분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담장 안은 잔디밭과 마당, 산책로, 조경수, 화분 등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런 정원 한 가운데 사각정이 있고, 이 정자 아래 방금 조성한 듯한 비석이 분홍색 헝겊에 쌓인 채 세워져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임시정부 광복군 제2지대 기념 표지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방중 당시 광복군이 주둔했던 시안에 표지석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3월 네덜란드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광복군 기념 표지석을 적극 건설하고 있고 조만간 준공돼 제막될 것”이라며 귀띔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광복군 기념 표지석 정도가 아니라 정자와 정원, 담장과 대문을 갖춘 번듯한 유적지로 이미 조성 작업이 끝난 상태였다.
이곳의 한 주민은 담장 안을 가리키며 “한국의 광복군 2지대가 3년여간 주둔했던 곳이란 걸 알고 있다”며 “두 달 가량 공사가 이어지다 한달 전쯤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사가 끝난 건 알지만 언제 문을 열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1940년 충칭(重慶)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의해 창설된 광복군은 42년 조선의용대가 편입되며 이를 중심으로 한 제1지대와 기존 광복군을 통합한 제2지대로 재편됐다. 이범석을 지대장으로 한 광복군 제2지대는 처음엔 30여명이었으나 45년에는 185명까지 늘어나며 광복군의 주력이 돼 미국 전략 첩보 기구인 OSS와 국내 진격 작전까지 추진했다.
한편 지난 1월 개관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賓)시 기차역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는 이날 우리 정부 차원의 기념 행사도 처음 열렸다. 우리 정부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더 확장하는 한편 청산리대첩을 이끈 김좌진 장군 순국 유적지를 비롯 항일 독립운동 유적들을 복원하는 방안 등을 중국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글ㆍ사진 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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