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의 침묵을 깬 모니카 르윈스키가 공화당에 찬물을 끼얹었다. 르윈스키는 1998년 백악관 인턴 근무 때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불륜 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 공화당은 2016년 대선 때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옭아맬 악재로 이 스캔들을 꼽아왔다.
르윈스키가 월간 패션잡지 베니티 페어 6월호에 그간의 심경을 담을 글을 기고하면서 공화당의 계산이 달라지고 있다. 친민주 성향의 여성 칼럼니스트 루스 마커스는 7일 워싱턴포스트에 르윈스키의 기고에 대해 힐러리에게 의도하지 않은 선물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보수성향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부인 린 체니는 르윈스키가 힐러리에게 유리한 글을 기고한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그는 케이블TV 폭스뉴스에 힐러리가 싫어하는 글이 이 잡지에 실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 힐러리 진영을 의심했다. 이런 평가와 주장이 맞는다면 힐러리 진영은 대선출마를 앞두고 악재 하나를 정리한 것이 된다.
르윈스키 문제는 2008년 대선 때는 힐러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해 들춰지지 않았다. 2년 남은 2016년 대선은 힐러리가 유력 주자란 점에서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공화당 대선 후보군 가운데 선두권을 형성한 랜드 폴 상원의원은 올 들어 몇 차례 르윈스키 스캔들과 힐러리를 연결시키려 했다.
그는 클린턴이 당시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성 약탈자이며,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클린턴이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고 은근히 ‘힐러리 불가론’의 불을 지폈다. 그러나 르윈스키는 이번 기고에서 향후 공화당이 문제 삼을 이런 사안들을 정리해버렸다. 가령 르윈스키는 클린턴과의 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며, 폴이 주장한 것처럼 대통령 지위를 이용한 것이 아님을 재차 확인했다.
또 르윈스키는 스캔들 이후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클린턴의 권력 남용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스캔들 당시 힐러리가 친구에게 르윈스키를 “자아도취에 빠진 정신병자”로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르윈스키는 “그 말이 힐러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말이라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이해를 표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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