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탑승객 숫자와 인적사항을 놓고 혼선을 거듭하면서 여객선의 부실한 신원확인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올해부터 도입하는 무인발권기 역시 신원확인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당 1,500만원의 무인발권기 도입 계획은 결국 발권을 빠르게 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셈이다.
28일 총 4대의 단말기가 설치된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실제 무인발권을 해 본 결과, 목적지와 탑승인원만 선택하면 인적사항을 입력하지 않아도 신용카드 결제 뒤 곧바로 발권이 가능했다. 목적지 선택 후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연락처를 입력하는 창이 뜨지만 이를 무시해도 발권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지역 주민은 뱃삯 할인을 위해 신분증 확인이 필요하지만 일반인은 무인발권기를 통해 한 명이 여러 명의 승선권을 한꺼번에 대리 구입할 수도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처럼 운항 중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탑승객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결정적인 허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여객선 무인발권시스템 구축’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해운조합, 인천ㆍ부산항만공사, 제주도 등과 공조해 3년에 걸쳐 도입하게 될 총 53대의 무인발권기가 “승선권 발급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고 한번에 여러 장의 발권을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발권 효율성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1995년부터 시행된 ‘여객선 승선정원 관리제도’에 따라 승선권에는 탑승객 인적사항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지만 항공권과 달리 여객선의 승선권에는 승객이 직접 자신의 인적사항을 적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의 경우에서 보듯 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도 승선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고 탑승인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6일 “6월부터 모든 탑승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발권 단계부터 전산으로 입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조합 관계자는 “5월부터 현장과 무인발권 모두 시범운영을 통해 인적사항을 반드시 기입하도록 하고 직원들을 교육해 검표 역시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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