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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어느 나라 경찰, 군대에 우리 애들 살려 달라 해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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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어느 나라 경찰, 군대에 우리 애들 살려 달라 해야합니까"

입력
2014.05.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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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울분을 쏟아 내는 유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29일 경기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울분을 쏟아 내는 유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가족들에게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냐?”, “대통령 자식이라면 이렇게 했겠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참사 13일만에 처음으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지만 일부 유족들로부터 욕설까지 듣는 수모를 겪었다.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유족들의 뜻에 따라 분향소 밖으로 치워졌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전 8시55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정식 조문객을 맞기 한 시간쯤 전 사전에 유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경찰도 필수 인원들에게만 통보된 전격적인 방문이었다.

검은색 투피스 차림의 박 대통령은 묵묵히 분향소 전면에 마련된 희생자들의 영정을 둘러 본 뒤 헌화ㆍ분향하고 묵념했다. 영정과 위패가 옮겨지는 것을 보기 위해 모였던 유족들은 분노의 절규를 쏟아냈다. 한 여성 유족은 “대통령 자식이라면 이렇게 했겠어. 자식 한 명 안 낳은 사람이야, 저 사람은”이라며 눈물 섞인 분노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조의록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는 동안에도 유족들의 성난 질타와 욕설은 이어졌다. 한 남성 유족은 “대통령이 왔으면 가족들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냐, 말을 안해, 왜 말을”이라고 고함을 쳤고, 또다른 유족은 “내 아이가 어떻게 죽은 줄 아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의록 작성을 마친 뒤 유족들을 만난 박 대통령에게 절규와 하소연이 쏟아졌다. 한 남성 유족은 무릎은 꿇고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해경관계자들 엄중 문책해달라”며 “저는 어느 나라 경찰에, 군대에 우리 아기들 살려달라고 해야 합니까”라고 탄식했다. 한 여성 유족은 “대통령님, 우리 새끼들이었어요. 끝까지 있으셨어야지, 현장에 있으셨어야죠.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님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 왜 서로 미뤄?”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유족들에게 둘러싸였던 박 대통령은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고 간간이 한숨을 내쉬다 “그럴 겁니다. 이거 끝나고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 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답한 후 오전 9시8분쯤 분향소를 떠났다.

세월호 침몰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족들의 항의로 박근혜 대통령조화가 분향소 밖으로 치워져 있다. CBS 노컷뉴스제공
세월호 침몰 14일째인 29일 오전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족들의 항의로 박근혜 대통령조화가 분향소 밖으로 치워져 있다. CBS 노컷뉴스제공

박 대통령이 다녀간 뒤 일부 유족들은 “대통령 조화 밖으로 꺼내 버리라”며 소리쳤고, 결국 박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가 보낸 조화는 모두 밖으로 치워졌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사과했다는 소식이 분향소에 전해졌지만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희생자 이모(17)군의 아버지는 “(사과를) 했으면 직접 왔을 때 해야지 국무회의에서 왜 하냐”며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이나 덜 아프게 빨리 실종자들이나 찾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쓴 웃음을 보였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대통령의 사과 뉴스를 지켜 보던 실종자 가족 김모(47)씨는 “처음부터 이 정부가 하는 모든 것을 지켜봤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아니라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안산에서 딸의 장례를 치르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다시 진도 체육관을 찾은 박인규(52)씨는 “정부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관심 없다”며 손사레를 쳤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진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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