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냐?”, “대통령 자식이라면 이렇게 했겠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참사 13일만에 처음으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지만 일부 유족들로부터 욕설까지 듣는 수모를 겪었다.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유족들의 뜻에 따라 분향소 밖으로 치워졌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전 8시55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정식 조문객을 맞기 한 시간쯤 전 사전에 유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경찰도 필수 인원들에게만 통보된 전격적인 방문이었다.
검은색 투피스 차림의 박 대통령은 묵묵히 분향소 전면에 마련된 희생자들의 영정을 둘러 본 뒤 헌화ㆍ분향하고 묵념했다. 영정과 위패가 옮겨지는 것을 보기 위해 모였던 유족들은 분노의 절규를 쏟아냈다. 한 여성 유족은 “대통령 자식이라면 이렇게 했겠어. 자식 한 명 안 낳은 사람이야, 저 사람은”이라며 눈물 섞인 분노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조의록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는 동안에도 유족들의 성난 질타와 욕설은 이어졌다. 한 남성 유족은 “대통령이 왔으면 가족들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냐, 말을 안해, 왜 말을”이라고 고함을 쳤고, 또다른 유족은 “내 아이가 어떻게 죽은 줄 아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의록 작성을 마친 뒤 유족들을 만난 박 대통령에게 절규와 하소연이 쏟아졌다. 한 남성 유족은 무릎은 꿇고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해경관계자들 엄중 문책해달라”며 “저는 어느 나라 경찰에, 군대에 우리 아기들 살려달라고 해야 합니까”라고 탄식했다. 한 여성 유족은 “대통령님, 우리 새끼들이었어요. 끝까지 있으셨어야지, 현장에 있으셨어야죠.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님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 왜 서로 미뤄?”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유족들에게 둘러싸였던 박 대통령은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고 간간이 한숨을 내쉬다 “그럴 겁니다. 이거 끝나고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 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답한 후 오전 9시8분쯤 분향소를 떠났다.
박 대통령이 다녀간 뒤 일부 유족들은 “대통령 조화 밖으로 꺼내 버리라”며 소리쳤고, 결국 박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가 보낸 조화는 모두 밖으로 치워졌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사과했다는 소식이 분향소에 전해졌지만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희생자 이모(17)군의 아버지는 “(사과를) 했으면 직접 왔을 때 해야지 국무회의에서 왜 하냐”며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이나 덜 아프게 빨리 실종자들이나 찾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쓴 웃음을 보였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대통령의 사과 뉴스를 지켜 보던 실종자 가족 김모(47)씨는 “처음부터 이 정부가 하는 모든 것을 지켜봤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아니라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안산에서 딸의 장례를 치르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다시 진도 체육관을 찾은 박인규(52)씨는 “정부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관심 없다”며 손사레를 쳤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진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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