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태가 혼미상태로 치닫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청와대의 요구에 맞춰 보도 개입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어제부터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반면 KBS 양대 노조의 저지로 출근조차 제대로 못한 길 사장은 기자협회 총회에서 사퇴 거부를 언명했다.
한편 김시곤 전 보도국장 후임으로 임명된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이 임명 전 청와대의 ‘면접’을 거쳤다는 의혹을 노조가 제기하고 나섰다. KBS 양대 노조 중 하나인 새노조는 21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하기로 했고, KBS 이사 11인 중 야당 추천인사 4인은 21일로 예정된 KBS 임시이사회에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냈다. 하나 같이 사태 장기화 우려를 키운다.
복잡한 양상에도 불구하고 KBS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다. 정권이 KBS 사장을 비롯한 간부진의 인사권을 장악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최대 가치인 공정성을 해쳤다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우선 청와대 보도 개입설의 진상부터 철저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보도 개입설이 사실이라면 길 사장뿐만 아니라,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권과 KBS 간의 고질적 유착 고리를 끊어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성을 높일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무성하다. 국회에는 이미 KBS 이사회의 사장 임명 제청 시 최소 야당 측 이사 1명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제청 정족수를 3분의 2로 늘리는 ‘특별다수제’ 등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제출돼 있다. 따라서 국회는 시청료 인상안 처리에 앞서 사장 선임 방식 개선을 포함한 KBS 지배구조 개선방안부터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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