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음기는 100dB 이하로 각종 등 색깔 안바꾸면 허용
CNG차량으로 개조도 가능 선루프-에어스포일러는 자율로
차체 높아지는 타이어는 안돼
엄마보다 더 큰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직장인 A씨는 올 여름 계획한 가족 캠핑에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다. 아예 11인승 승합차를 주문해놓고 있는데, 그는 대대적 보수공사를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자동차 튜닝(개조)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음달부터 승합차를 대폭 개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A씨는 승합차에 간이 조리대, 침대를 넣어 가족들과 전국일주를 할 계획. 오폐수 처리장치도 넣을 수 있지만 화장실은 휴게소와 오토캠핑장의 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자동차관련 세금이 저렴한 11인승 승합차는 실내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 9인승으로 종종 튜닝되는 차종이다. 이 경우 승합차(11인승 이상)가 ‘승용차’로 바뀌면서 '차종변경'이 돼 엄밀히 말하면 불법개조가 된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특수형승합차’로 튜닝을 하면 차종변경 아닌 ‘용도변경’으로 처리돼 얼마든지 공간을 바꿀 수 있다. 그 동안은 병원차량(앰뷸런스)이나 지체장애인 차량 등 제한적으로만 ‘일반승합차 → 특수형승합차’ 튜닝이 가능했지만 이젠 일반인들도 승합자동차를 특수형승합차, 이른바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규모는 약 5,000억원. 자동차 선진국 미국(35조원)이나 독일(23조원) 일본(14조원)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정부는 관련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동차 산업 다양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합법적 튜닝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튜닝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개조할 수 있는 자동차 부품은 무엇이고,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대표적인 자동차 튜닝 아이템으로는 소음기(머플러)가 첫손에 꼽힌다. 역동적 이미지를 낼 수 있고 출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굉음을 내며 내달리는 탓에 자동차에 관심 없는 사람도 ‘불법’을 적발해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모든 머플러 튜닝이 불법인 건 아니다. 소음이 100㏈이하일 경우 승인을 거쳐 튜닝이 가능하다. 일반 승용차 출고 시 소음은 90dB 수준. 또 소음기 끝에 보일 듯 말 듯한 팁을 달아 돋보이게 하는 튜닝은 현재 임의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튜닝이다. 배기구를 양쪽으로 2개를 만드는 건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고, 차체 길이를 넘어 돌출되거나 방향이 휘어져 있다면 불법이 된다.
자동차 구조ㆍ장치변경(튜닝) 승인 절차는 운전자가 ▦교통안전공단 검사소 방문 또는 온라인으로 변경신청을 하면 ▦공단은 내용을 검토한 뒤 승인서를 발급한다. 운전자가 ▦승인서를 정비소에 제출하면 튜닝을 할 수 있고 ▦공단에서 튜닝이 제대로 됐는지를 검사한 후 자동차등록증에 변경사항을 기재하면 튜닝작업은 끝난다.
불법은 아니지만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튜닝 아이템은 전조등. 방전식 전조등(HID)을 설치하면 야간에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이 경우 HID 전구만 교체하면 불법이 된다. 상대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조사각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컨트롤 유닛까지 함께 교체하는 경우 승인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조등과 달리 후미등, 방향시지등의 등화장치는 발광다이오드(LED) 제품 등으로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보다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색깔을 바꾸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후미등은 적색, 후퇴등은 백색이어야 하고 방향지시등은 오렌지색만 합법이다. 등 커버를 차체 색과 맞춘다며 다른 색으로 입히거나, 브레이크등을 깜빡이게 해 방향지시등으로 쓰는 자동차는 모두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드물게 변속기를 수동에서 자동으로, 자동에서 수동으로 바꾸는 것 역시 승인절차를 거쳐 할 수 있는 합법 튜닝이다.
승진 절차만 거치면 할 수 있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것 중에는 차량연료공급 장치 튜닝이 있다. 주로 가솔린차를 가격이 저렴한 액화석유가스(LPG), 압축천연가스(CNG)를 사용하는 차로 바꾸는 것인데, LPG의 경우 장애인, 국가유공자, 영업용 등 자격요건이 필요하지만 CNG의 경우 일반인도 승인절차를 거치면 얼마든지 개조가 가능하다. 초기 비용이 들고 충전소가 드문 게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경제성이 좋아 수입차, 대형차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튜닝 분야다.
별도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튜닝도 많다. ‘안전기준을 준수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별도의 승인이나 허가 없이 개조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예를 들어 후진시 벽과 가까워지면 소리를 내는 차간거리 경보장치, 실내방음시설, 선루프는 별도 절차 없이 설치할 수 있다. 또 트렁크 부위에 부착돼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날개 모양의 에어스포일러도 그 폭이 차량의 폭만 초과하지 않는다면 그냥 달 수 있다. 범퍼 밑에 장착해 고속주행시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여주고 역동적 이미지를 내는 에어댐 역시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지만 차체보다 돌출되는 경우엔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 밖에 쇼크업소버나 ABS 브레이크, 엔진룸에 설치돼 차체 강성을 보강하고 좌우 롤링을 줄여주는 스트럿바, 타이어 공기압력 센서 등도 별도 절차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포함한 승용차의 경우 차체를 높이거나, 차체보다 돌출한 타이어를 다는 것은 따질 것도 없이 불법이다. 또 서치라이트, 네온등 번호판 등 타인의 주행을 방해하는 등화장치를 달거나 레이싱 핸들, 철제 범퍼 등을 설치해 도로안전에 악영향을 주는 것 역시 불법으로 간주된다.
서지훈 아승오토모티브그룹 이사는 “빨리 달리고 싶거나 남과 다른 차를 갖기 위해 튜닝을 하는 인구가 늘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제값을 못 받는다는 이유로 튜닝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는 튜닝이 보편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독일에선 튜닝된 차가 그만큼 관리도 잘 된 차로 인식돼 더 높을 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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