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니 뎁 “공포와 공포를 초월하면 행복!”
영화 트랜센던스 주인공 조니 뎁(51)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났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뎁은 찢어진 청바지에 엷은 푸른색 안경을 썼다. 콧수염과 턱수염을 다듬지 않은 상거지 차림의 뎁은 버릇대로 인터뷰장에 늦게 나타났다. 바지 주머니에 손수건을 늘어뜨린 채 목걸이 2개와 반지 2개 그리고 헝겊 팔찌에 손에 문신한 뎁은 슈퍼스타 같지가 않았다.
뎁은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대답했는데 가끔 유머도 구사하면서 능청을 떨기도 했다.
●영화 내용이 현실로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처음에 각본을 읽었을 때는 공상과학영화처럼 느꼈다. 그러나 이야기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현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기술은 현재 실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인간의 의식을 거대한 컴퓨터나 하드 드라이브에 옮기는 일도 곧 현실화할 것이다.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의 반영이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갈 데까지 가겠다. 순간적으로 선택하라면 나도 확실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의식을 컴퓨터에 옮길 것이다. 그러나 영화 내용처럼 기술이 지나치게 앞서고 있다. 동시에 인명을 구할 수도 있으니 양날의 칼이다.
●자니 뎁의 어떤 면을 컴퓨터에 옮기고 싶은가.
=그렇게 하면 컴퓨터가 깨지고 말 것이다. 난 결코 컴퓨터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지능의 한계를 언제 느껴봤나. 컴퓨터가 그런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기술은 인간의 약점을 극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난 5분마다 머리가 꽉 막히는데 기계에 대해선 엉망이다. 문자 메시지에 답하려면 열손가락을 총동원해도 제대로 못한다. 그런 게 터무니가 없다고 느껴진다.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나.
=코미디다. 코미디에는 보다 많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의 인물은 여러 가지로 표현해낼 수가 있다. 그런데 난 수줍음이 너무 많아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극중 인물로 숨고 위장하는 것이 더 편하다. 난 골든글러브 시상자로 무대에 오를 때면 뼈까지 떨린다. 그러나 극중 인물이면 두려운 것이 없다.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이식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유머다. 그렇다면 그의 삶도 좀 쉬워질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과 과거의 기본 사이에서 갈등한 적이 있나.
=난 솔직히 말해 1940년대 제작된 타이프라이터를 들고 다니면서 종이 위에 타자한다. 구식 기타를 들고 다니고 펜으로 글을 쓴다. 아주 기본적인 수준을 지키는데 그것이 평화스럽다. 기계에선 큰 위안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공 팔을 제조할 수 있는 지적인 기계가 전쟁에 시달리는 아이에게 인공팔을 부착한다면 그것은 선을 위한 행위이자 결과다. 과연 이런 기술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고 무슨 짓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겁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앞으로 5주밖에 더 못 산다는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옛날 애인들을 다 불러 성대한 파티라도 하겠는가.
=난 매일 즐기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매일 즐기고 웃겠다. 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즐기겠다. 자신의 의식을 이 영화처럼 컴퓨터에 옮기지 못하는 한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가 없다.
●트랜센던스(초월)라는 말은 참 아름다운데 당신이 이 말을 생각할 때 무엇을 떠올리나.
=우리는 무엇인가를 초월하려고 한다. 나이를 먹고 지혜로워지면 삶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물질에 대해 거리를 두게 되고 보는 관점이 생기게 된다. 공포와 고통을 초월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상태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영화에 매력을 느꼈는가.
=그것은 주인공인 캐스퍼 박사가 비록 인공 지능에 관해선 뛰어난 과학자였으나 평소에는 아주 보통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런 사람이 컴퓨터에 의식이 옮겨지면서 갱생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이런 내용은 모호하다고도 하겠는데 난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캐스퍼가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나쁜 사람인가를 묻기를 바랐다. 결국 영화는 인간성에 관한 것으로 거기에 로맨스까지 있어 좋다.
●당신은 죽은 다음에 환생하고 싶은가. 그리고 당신도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 신을 창조하고자 하는가.
=신의 개념이란 사람마다 다르고 또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신을 갖고 있다. 신에 대해선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내 아이들이 내 신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숨을 쉬고 걷고 산다는 것이야말로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나는 죽지 않는 몸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그리고 단순히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그보다 낫다. 앰버(약혼녀)와 내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순간적으로야 살리고야 싶겠지. 그러나 해변에 앉아 미풍을 맞으며 물결이 해변의 모래를 스치고 물러가는 것을 즐기고 싶다.
●당신의 다음 영화인 모데카이는 어떤 영화인가.
=내가 지금까지 한 역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작품이다. 피터 셀러즈가 나온 핑크 팬서 스타일의 영화로 도둑질에 난센스 코미디를 곁들인 영화다. 나는 한물간 귀족 찰리 모데카이로 나와 낮에는 미술품 딜러를 하고 밤에는 도둑으로 활동한다. 굉장히 기대가 크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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