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온도 20도 미만이면 3일 이내 집중 수색을 실시한다. 선박 전복 시 선원들의 중지를 모아 생존자 잔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진입해야 한다.’
해양경찰청이 2013년 7월 이 같은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을 만들고도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1일 나타났다. 이 매뉴얼은 ‘수색구조 성패는 신속한 계획과 실행에 달려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해경의 대응에는 신속한 계획도, 신속한 실행도 없었다.
특히 배 전복사고가 발생한 경우 매뉴얼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침몰 위험과 선박 내 잔류 인원의 위험도 증가해 구조작업은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돼있다. “선박이 기울어지고 공기가 빠지는 상태에서 선체 부력은 약 30분 정도”라고 적혀있다. 매뉴얼은 “부상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최초 24시간 동안 80%까지 감소하고, 부상당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존 가능성도 최초 3일 이후에 급속히 감소한다”며 3일 이내 집중 수색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오전 8시 52분 첫 신고 후 해난 구조 전문인력인 122구조대는 2시간 32분이 지나서야 사고 지점에 도착했다. 목포에서 진도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이다. 오전 9시 30분 먼저 도착한 해경 123정에는 잠수인력이 없었고, 선내로 진입해 구조활동을 벌이지도 않았다. 실질적으로 잠수 인력이 투입된 것은 만 이틀이 지난 18일 오후다. 집중 수색 기간 3일이 지나가는 시점인 18일 밤 11시 48분에야 선체 안에 들어가 첫 시신을 수습했다.
또한 매뉴얼은 공기 주입이 “부력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해경은 18일에야 공기 주입을 실시했고 선체 부력을 높이는 공기주머니(리프트백)도 이날에야 달았다. 이날 세월호는 결국 물 위에 남아있던 선수 부분까지 완전히 가라앉았다. 해경은 사흘을 그렇게 헛되이 보냈다.
해경은 선박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선원을 구조작업에 활용해야 한다는 매뉴얼도 따르지 않았다. 매뉴얼에선 잠수사가 선내에 진입할 경우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기 위해 “선박에 관련된 사람들(선원, 선사 직원 등)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해경은 선장과 선원들을 가장 먼저 구조해 뭍으로 옮겨 이들을 초기 구조작업에 활용하지 않았다. 세월호 구조 파악도 안돼 잠수사가 수색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현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구조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도 매뉴얼에 포함돼 있지만 해경은 오히려 초기 해군 전문인력의 잠수를 막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시신 유실을 막는 그물망도 사고 나흘째인 19일에야 설치했다. 조류와 날씨 탓만 하며 신뢰를 잃으면서 실종자 가족들, 민간 잠수사들과 갈등만 깊어졌다.
매뉴얼에는 “생존자들은 암흑 속에 남아 있다는 것과 침몰할 것이라는 충격 때문에 공포 속에 놓이게 되며, 에너지 소진으로 장시간 생존할 수 없다”고 나와있다.
사고 당일부터 구조 매뉴얼을 알려달라는 한국일보에 해경은 ‘대외비’라며 공개하지 않았었다. 매뉴얼을 살펴보면 해경이 비밀로 하고 싶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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