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조문 당시 유가족으로 보이는 70대 여성을 위로한 장면이 사전에 설정된 연출이라는 논란이 30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날 박 대통령은 합동분향소에 헌화한 뒤 뒤에서 걸어오던 70대 여성의 손을 잡고 위로해 여러 언론이 이 장면을 보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가볍게 포옹한 이 여성이 누군지 유가족 중에 아무도 알지 못했고 이 여성을 부축한 남성(장례코디네이터인 김영태씨)은 경호원으로 보여, 청와대가 유가족처럼 보이는 인물을 섭외해 위로 장면을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일반인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문이 가능했는데 이 여성은 대통령이 조문한 오전 9시 이전에 분향소에 들어와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 여성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것에 주목하며 “손자, 손녀가 죽었는데 빨간 매니큐어를 칠하고 분향소에 올 리가 있느냐? 진짜 유가족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했고, 세월호 유가족인 유동근씨가 한 인터뷰에서 “유가족들에게 수소문 했지만 누구인지 아는 분이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청와대는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일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분향소에 유가족과 일반인이 섞여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데 그 중 한 분이 대통령께 다가가 인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도 “그 분이 대통령을 뒤따라 다니는 것을 통제할 상황은 아니었고, 사전에 신원을 파악한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을 부축한 김영태씨는 “한 할머니가 구부정하게 대통령에게 걸어가 안전사고를 우려해 부축했으며, 유가족이 아닌지 단정할 수 없어 대통령에게 ‘유가족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 여성은 화랑유원지 인근에 사는 주민 오모(73)씨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세월호에서 구조된 권지연(5)양을 위로했을 때도 청와대가 병원에 있는 권양을 일부러 데려온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었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여론과 함께 단순한 해프닝이 의혹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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