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 서두에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은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했다. 담화 말미에는 세월호 의인들의 이름을 부르다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박 대통령의 자책과 사과, 눈물이 때를 놓친 감이 없지 않지만, 절망하는 유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갈기갈기 찢긴 국민 정서를 봉합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선 후속조치들이 충실히 마련되고 확실히 실천되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을 거란 믿음을 줘야 한다. 그 믿음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 근본적 제도 개혁과 관행 혁신, 그리고 인적 쇄신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국민들 마음 속에 자리잡을 것이다. 박 대통령도 이를 십분 인식한 듯하다. 정부조직개편, 공직사회 혁신, 선사 및 선장 문제, 국가안전처 신설, 바로 서는 나라 등 크게 5개 후속조치를 담은 담화는 인적 쇄신에 대한 언급만 없었을 뿐 그간 제기된 문제와 해법을 대부분 담았다.
특히 해양경찰청 해체,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개편 방안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부처나 조직은 존속할 수 없다는 징벌이자 경고라 할 수 있다. 공직유관기관 공무원 임명배제, 퇴직공직자 재취업 제한 강화 등도 민관유착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 공직사회에 엄격한 감시와 제한을 가하겠다는 조치다. 사고기업 재산환수, 국가 선보상ㆍ후 구상권 행사, 유착비리 특별수사팀 구성 등의 대책도 사고를 치고도 적당히 빠져나가는 기업들에 철저한 징벌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담화가 나름대로 해법을 포괄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인적 쇄신 부분을 담지 못한 것은 아쉽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해도 이를 담당하고 운용하는 사람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면, 사상누각일 뿐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낙하산 인사를 질타했지만, 현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가 과거 정부보다 더 심하게 이루어지는 모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이루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인사에서도 대선 캠프 출신을 임명해 논란을 불렀다. 이런 인사가 계속된다면, 박 대통령 눈물의 진정성도 의심스러워지고, 국가개조 차원의 혁신안도 실천력을 잃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는 마지막 수순은 인적 쇄신임을 명심, 보다 통합적이고 능력 있는 인물을 널리 구하는 정성과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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