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황재균(24)은 ‘만루 사나이’다. 프로 첫 시즌인 2007년부터 지난 17일까지 총 106번 타석에 들어서 그랜드슬램 4방에 2루타 8개, 94타점을 쓸어 담았다. 타율은 3할9푼5리(81타수 32안타), 장타율은 무려 6팔4푼2리다.
이 기간 황재균보다 만루에서 강한 타자는 한 명뿐이다. 두산 김현수가 타율 4할3푼1리(58타수 25안타)에 2루타 3방, 67타점으로 유일하게 타율이 높았다. 그러나 야구의 꽃 만루홈런은 황재균이 4번, 김현수가 3차례였다. 통산 타율이 2할7푼인 황재균은 만루만 되면 펄펄 날았다.
황재균이 또 한 번 그랜드슬램을 폭발했다. 황재균은 18일 부산 넥센전에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 3-0으로 앞선 3회말 2사 만루에서 넥센 오재영의 실투를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볼카운트 1볼에서 2구째 시속 126㎞짜리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았고 팬들이 가득 찬 사직 구장을 들끓게 만들었다. 통산 5번째 만루 홈런. 시즌 두 번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한 황재균은 2012년 5월23일 대구 삼성전 이후 모처럼 만루홈런 개수를 늘렸다.
황재균은 전날 악몽에서도 조금은 벗어났다. 지난 17일 왼손 에이스 쉐인 유먼이 등판한 롯데는 1회말 선취점(1점)을 뽑고도 2회초 4개의 실책이 무더기로 쏟아지며 넥센에 2-14로 대패했다. 이날도 3루수로 출전한 황재균은 1사 후 5번 강정호의 강습 타구를 놓쳤다. 이어 6번 김민성의 타석 때는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잘 잡은 뒤 1루 주자 강정호를 잡겠다고 곧바로 송구했지만, 공이 손에서 빠지는 바람에 1루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어이없는 악송구를 했다. 롯데는 이후 2루수 정훈, 중견수 전준우마저 실책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만루홈런으로 전날 부진을 만회한 황재균은 경기 후 “만루는 언제나 꽉 찬 기분이 들어 좋다. 즐거운 상황에서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며 “사실 홈런이 될 줄 몰랐다. 타구가 담장 근처까지 날아갔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이어 “어제 내 실책으로 경기가 어려워졌는데 팀에 미안했다. 경기 중에도 유먼에게 사과했다”며 “앞으로 더 집중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오늘 경기로 어제 미안함을 조금 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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