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급이 내부 직원을 감시?통제하는 수법을 동원해 검찰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거나 지연시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한 안전 점검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의 단초를 제공한 한국선급이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내부 비리를 감추는 데 급급한 모습이어서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검찰 참고인 출석 요청 전화 대응’, ‘법무 기획팀 수사 및 언론 기본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잇따라 작성했다. 여기에는 ▦수사 기관 소환 요청 시 녹음할 것 ▦소환 요청 시 바로 응하지 말고 회사 내 조율이 필요하다고 답변할 것 ▦출석 전 법무팀장과 논의할 것 등 구체적 대응 매뉴얼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 조사를 받고 온 직원을 상대로 신문 내용을 상세하게 확인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한국선급이 비리를 은폐하거나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조직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내부 비리를 말했다가 인사 상 보복 등 불이익을 당할 것이 걱정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운업계에서는 한국선급이 과거 수사기관에 협조한 직원들을 색출해 좌천시키거나 사직을 강요하는 등 보복 조치를 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2008년 오공균 전 회장을 수사할 때 직원들이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 오 전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내용을 회사 측이 재판기록열람 등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부산지검 관계자도 “진술을 하지 않거나, 잠적했는지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도 있다”고 전했다.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조직적 증거 인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24일에 이어 지난 2일 한국선급의 임직원 사무실과 자택 등 9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이번에 압수된 자료 중에는 그동안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이 부인했던 회계 자료가 일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압수수색을 앞두고 휴대폰을 급히 바꾼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중에는 한국선급이 압수수색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건마저 나와 수사 기밀이 새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 평형수 기준 위반 등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고, 구명뗏목 미작동도 피해를 키운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선박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도 이 같은 수사 방해는 용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한국선급이 300여명의 무고한 희생을 눈 앞에 보고도 통렬한 자기 반성 없이, 조직의 안위만 걱정하는 태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일부 일정 조절은 있었지만 검찰 소환에 모두 응하고 있다”며 “참고인 소환과 관련한 직원 교육은 헌법상 보장된 절차적 권리를 안내해주는 차원인데, 이를 조직적 수사 방해라고 부르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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