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출항 전 선박 상태 등을 점검도 하지 않은 채 허위로 안전점검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를 제출 받은 해운조합 운항관리실 역시 사실 확인 없이 서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서류만 주고 받는 허위 안전점검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최근 해운조합 압수수색을 통해 세월호의 안전점검 보고서를 확보하고 생존 선원들에게 보고서 작성과정 등을 추궁한 결과, 3등 항해사 박모(26ㆍ구속)씨로부터 “다 양호로 작성하면 된다고 배워 별다른 의미 없이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일 밝혔다. 박씨는 “보고서 3장을 제출하면 1부를 운항관리자가 서명해서 돌려주는데 한 번도 사실대로 기재했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1등 항해사 강모(42)씨도 “점검 전에 관행적으로 서류부터 내고 운항관리실에서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현장에서도 점검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실제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달 15일 세월호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화물적재상태, 구명설비, 선박상태 등 점검 항목이 모두 완비됐거나 양호하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화물 과적과 증축 등으로 선박의 복원성을 상실한 것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또 사고 직후 구명벌이 대부분 펴지지 않는 등 구명설비 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또 사고 발생 후 해운조합측이 보고 내용을 일부 바꾼 흔적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컨테이너는 당초 하나도 없다고 했다가 150개로 수정됐으며 자동차도 150대에서 180대로, 탑승인원도 474명에서 476명으로 고쳐졌다. 검찰 관계자는 “원래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어 조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언론 보도 등을 보고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불법 구조 변경 의혹도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도면상 4층 중앙 객실 출입문이 4개, 좌현과 우현쪽 객실 출입문이 각각 2개로 표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각각 8개, 4개로 출입문을 늘렸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수사본부는 이날 청해진해운 해무이사 안모(59)씨와 물류팀장 김모(44)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물류부장 남모(56)씨를 같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목포=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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