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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참사' 터키 총리 망언… 반정부 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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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참사' 터키 총리 망언… 반정부 시위 격화

입력
2014.05.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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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소마탄광 폭발사고 현장을 찾은 터키 총리가 이런 사고는 일어나곤 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4일 사고현장을 방문한 에르도안 터키 총리 주변에 보안요원들이 둘러쌓여 있다. <AP뉴스>
터키, 소마탄광 폭발사고 현장을 찾은 터키 총리가 이런 사고는 일어나곤 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4일 사고현장을 방문한 에르도안 터키 총리 주변에 보안요원들이 둘러쌓여 있다. <AP뉴스>

터키 서부 마니사주 소마의 탄광 폭발사고 사망자가 15일(현지 시간) 현재 282명을 넘어서며 터키 최악의 탄광 사고로 남게 됐다. 터키 국민들은 정부의 졸속적 규제 완화와 민영화 정책, 안전불감증 등을 지적하며 사고를 인재로 규정하고, 반정부 시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런 사고는 일어나곤 하는 것”이라고 실언하고, 그의 보좌관이 시위대에 발길질하는 사진이 공개돼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터키 역사상 최악의 탄광사고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장관은 15일 “탄광 폭발사고 사망자가 최소 282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을드즈 장관은 “사고 당시 갱도 안에 있던 광부 787명 가운데 450여명이 구조됐으나 아직도 갱도에 갇힌 이들이 있어 희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가 1992년 흑해 연안 종굴닥에서 메탄가스 폭발로 숨진 광부(263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돼 터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탄광사고로 남게 됐다. AP통신은 “15일 오전 현재 최대 150여명이 갱도 안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를 제외하고는 생존자가 구조된 경우가 거의 없어 희생자가 더욱 크게 늘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13일 오후 사고 발생시점부터 14일 밤까지 이뤄진 1차 구조작업에서 생존자는 없었으며 사망자만 274명을 발견했다. 2차 구조작업은 15일 새벽 재개됐으며 사망자 8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메흐메트 뮤에진올루 보건장관은 15일 “부상자 61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구조된 광부 가운데 196명은 건강검진 등을 마친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터키쉬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대는 투 팀으로 나뉘어 탄광 입구와 다른 한 곳에서 동시에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갱도 안에 산소를 투입하는 작업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갱도 안에 여전히 불길이 남아있어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터키 정부는 갱도에 갇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정확한 규모와 전기적 결함으로 추정되는 사고 원인에 대해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슬픔이 분노로, 반정부 시위로 격화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슬픔이 분노로 바뀐 터키 시민들은 반정부 시위에 나서 정부의 무능에 격렬히 항의했다. 특히, 사고의 심각성을 물타기 하려는 에르도안 총리의 무책임한 발언이 전해지자 분노는 더욱 커졌다.

14일 낮 사고 현장을 찾은 에르도안 총리는 “‘업무상 재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사고는 다른 작업현장에서도 일어난다”며 “탄광에서 (폭발)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과거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던 주요 탄광 사고까지 들먹이며 사고의 불가피성을 역설하자, 유족 수백 명과 시위대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에르도안 총리에게 몰려들었고 총리는 결국 경찰에 둘러싸인 채 인근 슈퍼마켓으로 피신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일부 유가족들은 총리의 차를 발로 차기도 하고 총리에게 ‘살인자’, ‘도둑놈’이라고 소리쳤다. 소마 시내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총리가 속한 집권 정의개발당(AKP) 본부로 몰려가 돌로 창문을 깨는 등 시위를 벌였다.

또 에르도안 총리의 보좌관인 유수프 예르켈이 이날 터키 총리와 시위대와의 충돌 현장에서 제압당한 시위대를 발로 걷어찬 사진이 공개되자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온라인매체 매셔블이 처음 공개한 사진에서 예르켈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군인 2명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쓰러진 남성 시위대 1명을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총리 차량이 성난 시위대에 막히고 총리가 경찰에 둘러싸인 채 인근 슈퍼마켓으로 피신한 소동이 벌어지자 분을 못 참고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은 현장에 있던 시민의 카메라에 잡혀 트위터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터키 언론은 “예르켈이 사진에 찍힌 인물이 자신이라고 인정했으며 곧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도 앙카라와 터키 최대도시인 이스탄불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경찰이 소마와 앙카라, 이스탄불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과 물대포로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AFP통신은 지난달 29일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소마 탄광의 안전조사를 요구했지만 집권 정의개발당이 부결한 사례를 들며 “에르도안 총리는 그간 터키 탄광업계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터키 탄광 안전 총체적 부실 논란

소마 탄광 사고에 이어 14일 오전 종굴닥에서 또 다른 탄광이 무너져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터키 탄광 안전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종굴닥 사고로 숨진 광부는 2년 전 고령으로 은퇴했다가 두 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 1년 전부터 불법 탄광에서 월급 2,000 리라(100만원)를 받고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굴닥은 1992년 263명이 사망한 탄광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곳으로 터키 최대 탄광 지역이다.

이번 사고 희생자 중 미성년자인 15세 소년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노동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14일 현지 일간 휴리예트에 따르면 사고 희생자 명단에 포함된 케말 이을드즈의 한 친척이 이을드즈가 15세라고 주장하자, 사고 현장을 방문한 파루크 첼릭 노동장관이 별도 조사를 지시했다. 이번 논란은 “노조원 명단에는 케말 이을드즈가 없다”는 터키 광산 노조위원장의 발언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다시 불법고용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AP는 15일 “국제노동기구(ILO) 통계 기준으로 터키 광산업계 종사는 2001~2012년 1,172명이 사망해 연 평균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한다”며 “올해 3월 터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의 10.4%가 광산업과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현재 ILO의 ‘광산 안전과 보건에 대한 국제협약’도 비준하지 않았다.

터키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공공노조연맹(KESK)은 15일 이번 참사에 항의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가입 노동자 24만명 규모의 KESK는 성명을 통해 “민영화를 추진하며 비용을 줄이려고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한 이들이 참사의 주범”이라며 “당사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KESK는 지난해 6월에도 경찰이 반정부 시위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한 것에 항의해 총파업을 벌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해 8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다시 반정부 시위 성격의 총파업이 일어나며 에르도안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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