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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지옥'이 삼킨 아이들… 멍하니 지켜본 '국가'

입력
2014.05.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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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경기 안산지역 고교생 1,000여명과 시민들이 안산문화광장에 모여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9일 밤 경기 안산지역 고교생 1,000여명과 시민들이 안산문화광장에 모여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부의 책임

세월호 대참사는 몇 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 멀쩡히 살아 있던 304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참혹한 사건이다. 세월호의 침몰이 대참사로 악화된 직접적인 원인은 선장과 15명의 선박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침몰하는 배 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거듭 방송하고 자기들만 도망친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원인은 선장과 15명의 선박선원들의 반인륜적 행태를 넘어서 유병언과 청해진해운의 탐욕,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와 무능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 완화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선박연령 제한의 무모한 완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행해진 엉터리 선박 운항 감독, 박근혜 정부의 엉터리 구조 등은 모두 세월호 대참사의 중대한 원인이다.

세월호 대참사에서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304명의 승객들을 해경이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고, 구조에 완전히 실패했고, 수습에도 완전히 실패했다. 좁혀서 말하자면 세월호 대참사는 세월호가 몇 시간에 걸쳐 침몰했으나 그 몇 시간 동안 해경이 선실에 있던 304명 중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검찰은 해경이 모든 승객을 살릴 수 있었으나 단 한 명도 살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해경은 해양수산부와 청와대에 거짓 보고를 했고, 청와대는 해경에 올바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는 정부의 존재 이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이런 참담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추모하고, 기억하고, 개혁해야 한다.

희생자들을 추모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304명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1,000명이 훨씬 넘을 그 가족들을 위로해야 할 것이다. 어린 자녀들을 영원히 떠나 보내고 사람으로서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된 부모들이 많은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고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추모는 멀쩡히 살아 있었고 당연히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렇게 되지 못한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된다. 생각만 해도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그 공포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공감하려 애써야 할 것이다.

또한 추모는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공감뿐만 아니라 대참사를 일으킨 자들에 대한 분노,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모욕하고 공격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로 이루어진다. 공감도 분노도 무고한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추모조차 왜곡하고 저지하는 자들은 인지상정을 갖지 못한 반인륜의 무리다. 세월호 대참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가족들에 대한 위로의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반인륜의 무리를 새삼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무리들이 전횡하는 한,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선 진정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참으로 너무나 실망스럽다.

영원히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대참사를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한다. 전국 곳곳에 분향소와 추모의 벽을 세우고, 우리의 마음 속에 무고한 희생자들과 가족들의 비애와 고통을 새겨야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누가 어떻게 세월호 대참사를 일으켰는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대참사는 비리가 만연한 곳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슬프고 무섭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깨우쳐 주었다. 비리 세력은 모든 곳을 지옥으로 만들고, 누구나 잠재적 피해자로 살아가게 한다. 세월호 대참사에 관한 자료들을 잘 정리해서 누구나 쉽게 그 전개와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월 16일을 세월호 대참사 희생자의 날로 지정해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추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대참사를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선장과 선박선원들의 반인륜, 유병언과 청해진해운의 탐욕,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와 무능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이 올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야당에서 제시한 특검,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이 모두 행해져야 한다. 나아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도, 무력하고 무책임한 야당도 믿을 수 없으니 ‘시민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독자적인 백서를 발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진상 규명이 올바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이 절체절명의 시간을 기록해 놓은 문자, 사진, 동영상 등을 세계에 널리 전하고, 유엔에서도 인권 보호의 차원에서 세월호 대참사에 관해 조사하고 보고서를 발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세월호 대참사는 인간의 본성과 정부의 책임에 대해 다시 숙고하게 하는 참담한 사건이며, 이런 점에서 우리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기억해야 할 참담한 사건이다.

비리사회를 개혁합시다

추모와 기억은 반드시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개혁은 비리 대책과 사고 대책으로 크게 나뉜다. 사고 대책은 예방, 구조, 수습으로 크게 나뉘는데 드러난 문제들을 확인하고 ‘선진 사례’들을 참고해서 확실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고 대책을 잘 정비해도 비리 대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모두 무용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비리 대책은 비리의 이익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과정의 투명화와 결과의 엄벌화로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결과의 엄벌화인데, 그 핵심은 살인(학살)죄 적용과 징벌적 손해배상 시행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의 취업 제한과 내부 고발자 보호가 강화되어야 하고, 비리 공무원의 연금 박탈도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위험사회가 아니라 사고사회이다. 위험은 사고의 가능성이다. 위험사회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에 관심이 큰 사회이지만 사고사회는 위험을 무시하고 사고를 추구하는 사회이다. 사고사회의 이면은 비리사회이다. 비리 세력은 돈을 위해 사고를 추구해서 나라를 망치고 사람들을 죽인다. 세월호 대참사는 비리사회 한국의 문제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제도가 없어서 세월호 대참사와 같은 참혹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비리 때문에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비리 세력을 척결해야 비로소 안전사회를 향한 길이 열릴 수 있다.

비리사회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각종 연줄을 통해 작동한다. 세계 어디서나 혈연, 지연, 학연이 대표적인 연줄이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강한 연줄은 관연=관피아(관료 마피아)와 법연=법피아(법조 마피아)이다. 관피아와 법피아는 국가가 공인한 행정과 사법의 전문가로서 강력한 지위를 누리면서 국가를 사유화해서 비리사회 한국을 작동시키고 악화시킨다. 흔히 허술한 행정감독과 ‘솜방망이 처벌’로 대표되는 관피아와 법피아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우리 모두 잠재적 희생자라는 절박한 관점에서 우리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을 지킨다는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관피아와 법피아의 문제에 맞서야 한다.

또한 이런 사고사회와 비리사회의 관점에서 무분별한 규제 완화의 심각성을 살펴봐야 한다. 제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자면, 세월호 대참사는 이명박 정부의 무모한 선박연령 규제 완화로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선주협회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 완화는 비리의 합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규제 완화의 이름으로 탐욕이 끝없이 추구되고 사고사회와 비리사회의 문제가 악화되는 것이다. 세월호 대참사의 교훈은 분명하다. 모든 규제가 암이 아니라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암이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비리 세력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무고한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우리는 비리와 합리, 죽음과 생명의 싸움을 겪고 있다. 비리 세력을 척결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또 다른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나고 말 것이다. 절대적인 위험시설인 핵발전소에서도 온갖 비리가 저질러졌고, 생명의 원천인 4대강도 온갖 비리로 죽이기를 당했다. 세월호 대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비리 세력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비리는 만악의 근원이다. 비리의 만연은 한국 사회에서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이며, 한국 사회의 유지와 작동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사람의 목숨마저 탐욕의 수단으로 여기는 비리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리 세력은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거듭해서 협박하며 온갖 비리를 저질러서 탐욕을 추구한다. 이제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비리 세력은 아이들까지 먹이로 삼는다. 비리 세력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비리 세력의 척결은 나라의 정상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이며 진정한 선진화의 핵심적인 기반이다. 행복의 파랑새가 멀리 있지 않은 것처럼 안전사회도 멀리 있지 않다. 실질적인 비리 대책을 수립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우리는 안전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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