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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상심의 팽목항… 누구도 카네이션을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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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상심의 팽목항… 누구도 카네이션을 달지 않았다

입력
2014.05.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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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발생 23일째이자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달아놓은 노란 리본에 '보고싶다 아들. 엄마도 카네이션 달아줘야지'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발생 23일째이자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달아놓은 노란 리본에 '보고싶다 아들. 엄마도 카네이션 달아줘야지'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연합뉴스>

“아들아. 빨간 카네이션이 되어 엄마 품에 돌아와 다오.” 8일 오전 10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선착장. 한 실종자 어머니가 선착장 난간에 이 같은 글귀가 적힌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약 3m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실종자 어머니가 손나발을 만들어 아이 이름을 바다를 향해 힘껏 불렀다.

세월호 참사 23일째이자 어버이날인 8일 한 종교단체 회원 10여명이 카네이션 한 다발을 들고 팽목항 가족텐트를 찾았다. 하지만 가족들이 꽃을 거절해 그대로 들고 나왔다. 실종자 가족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어버이날 카네이션이 아니라 그걸 달아줄 아이들이었다. 한 자원봉사자는(54)는 “나도 카네이션을 사 왔지만 차에 두고 왔다. 정작 아이들이 없으니…. 지금은 그 무엇도 위로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 30여명과 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중 누구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지 않았다. 가족텐트에서 10여m 떨어진 대한적십자사 급식소에서 배식판에 음식을 담던 김영상(51)씨는 “매일 아침 힘없이 걸어 나오는 실종자 가족들을 본다. 아침에 카네이션을 받았지만 그런 행복조차 미안해 집에 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애자(55)씨는 “최근에 제법 식사를 하던 실종자 가족들도 오늘은 몇 술 뜨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며 “어버이날이라고 매년 빨간 카네이션에 종이 편지를 받았을 텐데, 얼마나 애들 생각이 절절하겠냐”고 안타까워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오전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으로 단 한 명의 실종자도 발견하지 못했다. 오전 9시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천막에서 열린 수색상황 브리핑에서 해경 관계자가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어버이날인데 자식 새끼 얼굴 한 번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력하는 것은 알지만 조금만 더 애써 달라”고 말했다. 구조팀은 오후 늦게서야 수색작업에 나서 시신 3구를 수습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팽목항을 찾았다. 오후 2시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뜻을 모은 전북지역 시민 36명이 방문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를 둔 김성희(47)씨는 “아이 손에 작은 상처만 나도 가슴 덜컹하는 게 부모 심정”이라며 “바다 속에 아이들이 있다면 어떤 마음일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상심과 비통에 빠진 부모들을 응원하고 싶어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팽목항 인근 서망해변에서 약 10여분쯤 바다를 향해 무릎 끓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종이배를 바다에 띄웠다. 전주에서 왔다는 최재흔(69)씨는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서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부모를 만나 손이라도 잡고 싶지만 조용히 침묵으로 위로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10시까지 실종자는 모두 32명. 단원고 학생 20명과 교사 일반인 등 12명이다.

진도=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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