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전양자(72ㆍ본명 김경숙)씨가 세모그룹 계열사의 대표를 맡으며 유병언(73) 전 회장 일가의 불법 경영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8월부터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근거지인 경기 안성의 금수원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2009년 유씨 일가의 계열사로 지목된 교회 홍보영상 판매회사 국제영상 및 농산물 판매회사 노른자쇼핑의 이사로 취임한 후 지난해에는 대표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로도 등재돼 있다. 국제영상과 노른자쇼핑은 영농조합과 부동산 매입을 통해 유씨 일가의 재산 증식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검찰의 핵심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전씨가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회사의 자금집행 등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씨가 유씨 일가에 흘러 들어간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자금 흐름을 알고도 협조하거나 묵인했다면 횡령이나 배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은 유씨가 전씨의 명의만 빌려 와 대표로 등재시켰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만간 전씨를 소환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살펴볼 방침이다. 전씨는 이날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이며 아무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전씨는 1977년부터 구원파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으며, 1991년 구원파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 당시 구원파 신도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전씨는 특히 구원파의 창시자인 고 권신찬 목사의 아들이자 유씨의 처남인 권오균(64)씨와 2009년 재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부인이자 권 목사의 딸인 권윤자(71)씨와 친자매처럼 지내왔다는 전씨가 혼인을 통해 유씨 일가로 합류한 셈이다.
유도 초단인 전씨는 2008년 서울시 유도홍보대사에 위촉되기도 했다. 전씨가 유도를 배우게 된 것도 유씨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금수원에서는 매주 토요일 유씨의 지도 아래 교인들이 단체로 유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전씨 같은 유명 연예인의 인지도를 활용해 구원파 신도를 늘려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견 가수와 연극배우, 성우, 아이돌 가수의 이름이 구원파 신도로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유씨의 조카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구원파 연예인 신도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자칫 ‘마녀사냥’식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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