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2일 지하철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기관사가 골절상을 입는 등 23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서울 지하철에서 승객을 태운 열차가 추돌 사고를 낸 것은 처음이다. 당시 열차에는 승객 500여명이 타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17일째에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승객 승ㆍ하차를 위해 대기 중이던 2258열차를 뒤 따라 오던 2260열차가 들이 받았다. 2260열차는 상왕십리역 진입을 위해 속도를 줄이던 중이었지만 추돌 사고로 앞 열차가 20m나 밀려나고 객차들이 탈선할 정도로 충격은 컸다. 뒤 열차(2260)의 첫 번째 차량에 탑승했던 배승철(21)씨는 “갑자기 큰 충격과 함께 ‘쾅’하는 소리가 났고 정전이 됐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관제 기능 등 시스템 이상으로 추정된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2260열차 기관사 엄모(45)씨는 “신호가 ‘주행’에서 ‘정지’로 갑자기 바뀌어 급정지했다. (상왕십리역 진입 구간이) 곡선이라 앞 열차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열차에는 열차간 200m 거리를 유지하는 ‘자동 안전거리 유지장치’(ATS)가 장착돼 있는데도 추돌할 때까지 작동하지 않았고, 열차 간격을 조정해야 할 관제소에서도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기관사 엄씨가 오른쪽 어깨뼈가 부러지면서 탈구돼 중구 국립의료원으로 후송돼 치료 중이다. 승객 이모(80ㆍ여)씨는 쇄골이 부러져 성동구 서울중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소방재난본부는 한 남성이 머리를 다치는 등 238명이 중경상을 당해 인근 국립의료원 한양대병원 순천향대병원 건국대병원 등 10여개 의료기관에 이송됐다고 밝혔다. 재난본부 관계자는 “부상자 대부분은 경상이어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직후 상왕십리역으로 향하는 열차 운행을 중단했고, 19분 뒤 2호선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사고 34분 만인 오후 4시 4분부터 을지로입구역에서 성수역 방향 내선순환 구간을 제외한 전 구간 운행이 정상화됐다. 사고 후 구급차와 소방차 수십 대가 상왕십리역 삼거리로 출동하면서 일대 교통도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책임을 통감한다.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과했다. 검찰과 경찰은 기계적 결함뿐 아니라 기관사 졸음운전이나 관제소 과실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할 방침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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