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규정 이상의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고 단순히 쌓기만 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또 세월호가 적재한도를 초과해 화물을 싣느라 규정된 평형수를 다 채우지 않고 운항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화물과적, 고박 부실, 평형수 부족 등 사고 이후부터 계속 제기됐던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이 하나같이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 당시 선수 갑판 위에 쌓여 있던 컨테이너가 쓰러진 것은 화물의 모서리를 고정하는 콘(Corn)과 컨테이너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상 선박에 컨테이너를 실을 때는 컨테이너 네 귀퉁이에 있는 구멍과 선체 바닥에 설치된 콘을 연결, 잠금장치로 고정해야 한다.
하지만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된 세월호의 콘은 요즘 사용되는 컨테이너보다 작은 규격에 맞춰져 있어 컨테이너를 고정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받치는 데에 그쳤다. 게다가 일부 화물적재 칸에는 이마저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컨테이너 앞뒤에 X자로 고정돼 받침대 역할을 해야 하는 라싱바도 설치하지 않았다는 게 수사본부 설명이다.
와이어로 강하게 조여 화물을 고정하는 턴버클 장비도 없었다. 컨테이너 위를 밧줄로 둘러 컨테이너 귀퉁이 구멍을 연결해 묶는 것 외에는 고정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동차도 각각 4개의 라싱밴드를 앞뒤 바퀴에 연결해 고정해야 함에도 두 개씩만 사용해 부실하게 고정했다.
수사본부는 또 세월호가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올라가 복원력이 떨어진 불안정한 상태에서 운항을 했다고 밝혔다. 보통 배 아래쪽에 평형수나 연료, 식수 등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세월호는 거꾸로 위가 무거워 ‘뒤집어진 오뚝이’ 형태였다는 것이다. 증축 등 구조 변경에 화물과적으로 위가 무거운 반면 평형수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짐을 더 싣기 위해 평형수를 빼고 운항했다는 진술들이 있어 화물업체를 상대로 정확한 화물 적재량을 포함, 다각도로 확인 중이다”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세월호 1등 항해사 강모씨가 출항에 앞서 선사에 “(화물을) 그만 실어라”고 말한 것을 포함해 수시로 화물 과적을 경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고 당일에도 과적 운항을 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상태다.
수사본부는 과적과 고박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체포 조사 중인 청해진해운 해무이사 안모씨와 물류팀장 김모씨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안씨의 경우 2012년 세월호 증축 과정에서 배에서 나온 폐고철을 몰래 빼돌려 3,200만원 가량의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목포=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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