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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한번 안 타본 간부 수두룩… 사고 나면 민간업체에 끌려다녀

입력
2014.05.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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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해경은 바라보기만 했다고 할 만큼 무능했다. 처참한 초동대응에 지연된 실종자 수색·구조, 수사비밀 누설에 이르기까지 해경의 무책임과 무능으로 국민들 사이에선 '해경 폐지론'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해경은 바라보기만 했다고 할 만큼 무능했다. 처참한 초동대응에 지연된 실종자 수색·구조, 수사비밀 누설에 이르기까지 해경의 무책임과 무능으로 국민들 사이에선 '해경 폐지론'마저 나오고 있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본청 수사계장과 정보수사국장을 지낸 정통수사 라인이다. 행정고시 출신인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국제협력과 기획 분야에 오래 몸담았을 뿐 안전 분야는 경비구난국장 6개월 경력이 전부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모체 격인 세모그룹 경력으로 논란이 돼 경질된 이용욱 전 정보수사국장, 이평현 해경 세월호 수사본부장도 안전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수뇌부 중에 구난구조, 오염방제 등 전문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수사와 정보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부하 직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난구조에 대한 해경의 무관심과 무능력은 인력구성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해경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바다를 모르는 간부들이 수두룩하고, 머리만 크고 손발이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바다의 치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이 기관의 간부들은 함정 근무 경력이 전무하다. 현재 해경 경무관급 이상 간부 14명 중 1,000톤급 이상 경비함 함장을 지낸 간부는 한 명도 없다. 김 청장, 고명석 수사본부 대변인 등 행정직 출신이 절반을 차지했고 나머지가 항해·기관직이다. 총경 이상 간부 67명 중 경비함정 근무 경험이 없는 비율도 25%(17명)에 이른다. 김 청장, 김광준 해경 기획조정관 등이 포함된다.

해역별 특성이 맞는 해상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신설된 지방해양경찰청도 간부 자리 늘리기에만 그쳤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실에 따르면 2006년 동·서·남해지방해양경찰청, 2012년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신설 이후 간부는 377명에서 675명으로 79% 늘었지만 경위 이하는 5,449명에서 7,351명으로 35% 증가하는데 그쳤다. 김 의원은 “지방해양경찰청을 폐지해 인력을 현장으로 돌리고 경감급 이상 간부의 1계급 강등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보니 사고 현장을 지휘하고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민간 업체에 끌려다니는 상황이다. 진교중 전 해군 해난구조대장은 “사고 수습 컨트롤타워에 전문가가 있어야 하지만 해경 고위 간부 대부분은 일반 경찰이나 고시 출신으로 배 한번 안 타봐 민간구난업체가 하자는 대로 끌려만 다닌다”며 “해군은 참모총장, 제독이 되려면 기본 배를 10년 이상 타야 하지만 해경 간부들은 전문가들의 설명을 이해하기도 바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경의 업무영역을 넓힐 게 아니라 거꾸로 좁혀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사업무는 경찰로, 안전예방관리 업무는 행정기관인 해수부로 넘겨주고 해양경비와 구난구조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해수부 산하에 가칭 해양안전청을 만들어 현재 해경이 하고 있는 선박?수상레저 안전관리, 입?출항 관리 등을 이관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의 원인 중 하나인 선박 과적 점검은 법규상 해경이 책임기관이나 해운조합에 위임돼 있고 사실상 아무도 관리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게 현실이다.

경찰이나 군, 행정기관이 하기 어렵고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야말로 해경의 고유 업무가 되어야 한다. 해양경비(불법조업 단속 포함)와 구난구조가 그렇다. 더불어 해상근무 경험이 없다면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인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무를 축소하고 실무 위주의 인사체계를 구축해야 구조구난 시스템 개혁도 가능해진다. 2006년까지 해경의 구조 전담 인력은 2006년까지 41명에 불과하다 각종 해양사고 발생으로 232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정보 인력(752명)의 30% 수준이다. 주 교수는 “구조·구호 업무는 해경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중심이 아니어서 예산 편성, 인사의 우선 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렸다”며 “다른 업무를 넘겨주고 나면 구조구호 관련 인력과 예산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관·군 구호협력체계도 처음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 해경은 전국 민간 잠수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지 못했고 해군 특수전전단(UDT), 해난구조대(SSU) 등과의 협력체제도 미숙한 상황이다. 해경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민간과 군의 정보와 자원을 집결하고 수색과 구조를 진두지휘하는 체계가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에서 이처럼 허둥지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해경 안팎의 분석이다.

임채현 목포해양대 기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해경이 해역별로 튼튼한 구조·구난업체와 사전 업무협약을 맺어 유사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하며, 민간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영국처럼 대형 사고를 대비한 합동훈련도 평상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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