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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구난업체 39곳 중 언딘에만 수난구호 명령 "언딘이 먼저" 해군 잠수 막고 거짓 功 만들다 들통 바지선 언딘 것만 고집… 초기 민간 잠수사도 배제

입력
2014.05.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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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직후 무능한 초동 대응에 이어 해양경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실종자 수색에서 보여준 무책임과 혼선이었다. 그 핵심에는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와의 유착 의혹이 자리잡고 있다. 해경이 국가적으로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조건이 부적절한 특정 업체에만 구호를 맡기는 이상한 행태를 고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색을 지연시켰고, 이는 결국 해당 업체와의 유착관계 때문이라는 의혹을 벗기 어렵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언딘이 실종자 구조?수색에 참여한 것부터 문제가 적지 않았다. 언딘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인양 계약을 맺었지만 해경의 수난구호 종사명령에 따라 이와 무관한 구조ㆍ수색에 참여했다. 이 명령을 내리면 민간 업체나 개인, 장비 등을 강제 동원할 수 있지만 해경은 전국 39개(2011년 기준) 해양 구난업체 중 유독 언딘에만, 그것도 경기 판교가 본사이고 직원 대부분이 오만에서 구난작업을 마치고 휴가 중이었던 상황에서 수난구호 종사명령을 내렸다.

여기에 사고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정조시간 수색에 들어가려던 해군 잠수요원 19명을 ‘언딘이 잠수를 먼저 해야 한다’며 해경이 가로막았다. 이틀 뒤에는 “첫 실종자 시신 발견 주체는 언딘 소속 잠수사”라고 밝혔다가 실제로 실종자 시신을 발견했던 민간 자원봉사 잠수사가 이를 폭로하자 말을 번복하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이 추천해 사고 해역에 배치되기로 했던 오션씨앤아이의 바지선 현대보령호가 사고 해역 인근까지 왔다가 ‘언딘의 리베로 바지선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해경의 통보를 받고 다시 돌아간 일도 석연치 않다.

전문가 의견까지 무시하며 언딘에만 일감을 몰아준 해경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의 배경은 해경과의 유착관계로 귀결되고 있다. 김윤상 언딘 대표이사는 해경 법정단체인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인데, 해양구조협회를 통해 해경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 해양구조협회 부총재 자리에는 세월호 침몰 구조를 지휘하는 최상환 해경 차장,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해운조합 및 한국선급 간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에 대해 언딘은 수익은 대부분 해외에서 얻고 있고, 부총재직도 업체들이 순환하며 담당하는 형태라 유착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수색작업을 언딘에만 몰아주면서 사고 초기 전국 각지에서 생업을 뒤로 하고 모인 민간 자원봉사 잠수사 수백명은 내쫓긴 것이 사실이다. 해경정을 타고 사고 해역으로 나갔다가 입수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목포지역 해양단체 대표는 “해경은 ‘언딘에서 작전 중이니 대기하라’는 말만 반복해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돌아왔다”며 “민간 자원봉사 잠수사 중 실력이 부족한 사람도 있지만 개중에는 군경 잠수사들보다도 실력이 뛰어난 직업 잠수사들도 많다. 이들을 투입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해경은 처음에 ‘민간 잠수사들의 실력이 부족해 현장에 투입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최근 언딘은 민간 잠수사들을 단기 고용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어 이 해명 역시 말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능력한 해경이 자기 사람들을 챙기느라 수색작업을 지연시킨 셈이어서 그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부산 지역 구난업체 대표는 “언딘이 전문성이 있는 업체라 해도 해경이 언딘 이외 다른 업체들을 배제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민간 구난구조 전문가를 몇 명 만이라도 현장 지휘부에 투입했다면 수색작업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고, 의혹 제기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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