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7일(한국시간)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헐시티의 경기에서 감독 대행을 맡고 있는 라이언 긱스(41)가 그라운드에 나설 준비를 하자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후반 25분 긱스가 트레이닝 복을 벗고 교체 투입되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7만5,341명의 관중이 기립 박수를 쳤다. 올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맞아 은퇴를 앞둔 긱스가 직접 그라운드에 나선 것이다. ‘전설’ 긱스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날 데뷔전을 치른 ‘미래’ 제임스 윌슨(18)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과 흡사한 장면이 연출됐다. 선발 출전한 윌슨이 후반 19분 교체 아웃 되면서 이들이 동시에 운동장을 누비는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상징하기엔 충분했다.
전반엔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지휘하던 긱스는 후반 들어 팀이 2-1로 추격당하자 직접 선수로 나가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후반 추가 시간 프리킥을 찼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긱스는 경기 후 “이번 시즌 수고해준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팬들의 성원에 큰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최고 스타는 홈 고별전을 치른 네마냐 비디치(33)도, 긱스도 아니었다. 18세5개월5일만에 성인 데뷔전을 치러 2골을 몰아친 윌슨이 주인공이었다. 윌슨은 맨유 사상 데뷔전에서 2골을 뽑아낸 두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처음 이 기록을 세운 이는 2001년 루드 판 니스텔루이(은퇴)다.
맨유 유스 출신인 윌슨은 잉글랜드 16세 이하(U-16), 19세 이하 대표팀(U-19)에도 이름을 올렸던 유망주다. 이번 시즌에도 맨유 U-21 팀에서 19골을 터뜨리며 유소년 프리미어리그 결승행을 이끌었다. 가능성을 인정 받았던 윌슨은 EPL 데뷔전 깜짝 활약을 통해 단숨에 세대 교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긱스 감독대행은 윌슨에 대해 “해결사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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