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인기 스타들이 한 곳에 모여 살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라는 궁금증이 금방 사그라지니 말이다. 최근 비슷하게 출발한 리얼 관찰 예능 SBS ‘룸메이트’와 케이블채널 올리브 ‘셰어하우스’ 얘기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11명과 9명의 연예인이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을 함께 쓰며 생활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말 그대로 동고동락하며 ‘부대끼는’ 모습, 생각 등을 공유해 가족화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게 키 포인트일 것이다.
‘룸메이트’는 신성우 이소라 이동욱 홍수현 찬열 박봄 조세호 송가연 서강준 박민우 나나 등 아이돌 그룹의 멤버와 가수, 배우, 개그맨 등 11명이 출연한다. SBS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찬열과 2NE1의 박봄 등의 출연을 크게 홍보하며 출연진의 신선함을 강조했다. 그런데 4일 첫 회에서 의외의 복병은 배우 홍수현이었다. 홍수현이 배우 서강준에게 드러내는 ‘무한 애정’은 이성에 대한 여배우의 솔직한 표현만으로 많은 방송분량을 차지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설레는 감정이 와 닿는 게 아니라 ‘짜고 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서다. 특히 제작진은 ‘입주자끼리 연애를 적극 권장한다’는 생활수칙까지 만들어 커플 성공 시 해외여행권을 지급한다는 경품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무리한 설정이 부른 연출이 아닐까 싶으면서 SBS ‘짝’과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두 사람은 숙소에서 속마음을 은근히 내비치는가 하면 장보러 가며 커플분위기도 낸다. ‘짝’과 ‘우리 결혼했어요’하면 떠오르는 전매특허 화면이다.
‘셰어하우스’라고 다를 건 없다. 지난달 첫 회에서 최성준, 우희, 천이슬이 선보인 저녁식사를 만드는 과정, 전 출연자가 한 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모습, 술자리를 통해 속마음을 터놓는 일, 최희와 최성준의 은근한 로맨스 등은 이미 시청자들이 경험한 모습이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먹방’, ‘짝’에서의 속마음 터놓기 등 말이다. 또 닭볶음탕, 해파리냉채, 황태해장국이 조리되는 과정이 마치 ‘마스터셰프 코리아’를 보듯 음식 재료들이 화면 가득 어우러지는 모습이 군침 돌게 만든다. ‘요리 프로그램인가?’ 싶을 정도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다수의 출연진이 모인 리얼 관찰 예능의 특성상 의식주는 빠지지 않는 소재”라며 “이미 KBS ‘인간의 조건’, MBC ‘사남일녀’, tvN ‘삼촌로망스’ 등이 답습하고 있는 패턴이라 신선하진 않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대화와 영상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는 건 괜찮을까. ‘셰어하우스’는 출연진부터 화제가 된 게 사실이다. 전 여자친구의 일로 오랜만에 방송에 복귀한 손호영, 개그맨 양상국의 여자친구로 공개연애 중인 천이슬 등은 이미 이슈화 된 인물들로 나올 얘기들이 짐작 가능한 출연자다. 천이슬은 첫 회에서 이상민에게 “누구의 여자친구로 불리는 게 싫다”며 고민상담을 하지만, 결국 화면은 그가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양상국과 통화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준다. 또 출연자들은 집을 비운 손호영과 관련된 기사들을 검색하면서 연신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이들은 “손호영이 웃으면서 들어왔는데… 불편해지지 않을까…”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화면 하단에는 ‘하루 사이 가까워진 우린 이제 많은 것들이 함께, 아프다’는 자막이 뜬다. 시청자들이 예측할 수 있는 상황들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그리 고급스럽진 않다.
‘룸메이트’는 첫 방송 이후 아이돌 그룹 에프터스쿨의 나나가 화제가 됐다. 방송에서 같은 그룹의 멤버 레이나가 “나나는 화장실 물을 안 내려요… 속옷도 안 입고 자요” 등 거침없는 폭로(?)가 전파를 탔다. 선정적인 대화 내용은 ‘룸메이트’의 첫 방송 시청률에서 10대 여성 시청자가 5.2%로 가장 높다는 걸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아이돌 가수들로 무장해 10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도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또다시 구설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룸메이트’나 ‘셰어하우스’는 공동주거형태라는 합리적인 개념을 주입한 만큼 얼마나 현실감 있게 풀어낼 지가 관건”이라며 “시청률을 의식한 러브라인의 억지 설정보다는 우정 등 긍정적이고 건전한 인간관계도 끄집어 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일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