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의 지구사
프레드 차라 지음ㆍ강경이 옮김ㆍ주영하 감수
휴머니스트 발행ㆍ304쪽ㆍ1만6,000원
시나몬(석란육계)은 나무 냄새가 나는 달콤한 향과 독특한 청량감으로 케이크 등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향신료다. 스리랑카가 원산지이지만 많이 소비되는 곳은 영국, 미국, 스페인 등이다. 수백 년 간 이어져 온 교역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며 국제적인 이동을 계속해 온 까닭이다.뿌리나 나무껍질, 꽃 등 식물의 향기로운 부분을 일컫는 향신료는 본래 생산지에서만 음식 조리에 사용했을 뿐 타지 사람은 먹을 수 없는 낯선 재료였다. 그러다 점차 다른 지역에서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향신료의 지구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향신료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토대로 인류의 역사를 살핀 책이다. 시나몬, 클로브(정향), 페퍼(후추), 넛메그(육두구), 칠리페퍼(고추)를 중심으로 향신료의 이동이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을 추적한다.
저자는 고대, 중세, 탐험의 시대, 산업혁명기, 20세기와 그 이후의 향신료 교역을 차례로 다룬다. 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됐기 때문에 향신료를 쉽게 구할 수 없던 고대 유럽인은 향신료와 관련한 수많은 전설을 믿었다. 19세기 육로와 해로 운송 수단의 발전은 향신료 교역과 전파에서 주목할 사건이었다. 증기선과 기관차 덕분에 향신료를 효율적으로 실어 나르게 됐고 해외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요리를 경험한 부유층은 향신료를 더 이상 전설 속의 음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다른 식재료인 향신료가 식탁의 세계화를 이끌고, 다국적 기업이 향신료 전쟁을 하는 등 향신료의 교역 문제에 관심을 환기하는 책이다. 감수를 맡은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전공 교수가 생강, 마늘, 파 등 한국 향신료의 역사를 돌아본 특집 글 ‘한국 향신료의 오래된 역사를 찾아서’를 함께 실은 것도 인상적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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