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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세월호 재발방지대책

입력
2014.05.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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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워낙 재난이 잦다 보니, 이젠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수습방안을 내놓을지도 대략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초점은 필시 폭발 직전까지 달한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뜨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만드는 것일 텐데, 과거 경험을 보면 십중팔구 다음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인적 문책. 여기엔 개각과 관련 기관장 사임, 책임자 문책 및 사법처리 등이 포함된다.

청와대가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수용한 만큼, 개각 절차는 이미 개시됐다고 봐야 한다. 사고 관련 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성과가 미진한 장관들까지도 옷을 벗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칼날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측근들만을 겨냥하지는 않을 것이다. 파헤치다 보면 여러 형태의 정ㆍ관계 유착 고리가 발견될 텐데, 무더기 사법처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참사 현장 수습이 일단락되면 곧바로 감사원이 나설 것이다.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해운조합, 필요하면 안전행정부까지 매머드급 감사가 진행되고, 결과는 분명 '인재(人災)'로 나올 게 뻔하다. 그 다음 수순은 공무원들의 무더기 문책이다.

책임 규명과 문책이 마무리되면, 정부는 마지막으로 사고 재발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게 된다. '재난 컨트롤타워' 설립이 핵심일 텐데,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가안전처' 설립 계획을 이미 밝혔다. 부처 하나 신설로는 안될 테니, 대통령이나 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안전 관련 위원회나 관계장관회의 등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음은 규제다. 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가 '규제 완화'이지만, 이번만은 '규제 강화'카드를 뽑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선박 증축, 선박 연한, 선박 안전검사,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자격요건 등은 지금보다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관료마피아(속칭 관피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만큼, 공무원들의 산하 기구 재취업 금지 등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

이상이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밟아가는 통상적인 수습 매뉴얼이다. 전대미문의 참사였고, 국민적 분노의 깊이가 워낙 깊은 탓에, 전례 없는 고강도 인책과 대책이 진행되겠지만 방향 자체는 이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습이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관피아가 없어지지 않는 건 관료들의 탐욕 탓이 아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수요가 있으니까 관피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데, 그 연결고리는 바로 규제다.

업계가 전직 관료를 원하는 건 인허가부터 사후감독까지 높고 까다로운 규제 문턱을 넘거나 혹은 피해가기 위해서다. 때문에 규제의 강도와 낙하산의 빈도 사이엔 반드시 비례관계가 성립한다. '작은 정부'의 나라에서, 시장의 힘이 큰 나라에서 관피아현상이 적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향후 정부는 해운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할 텐데, 그러면서 관피아 근절을 얘기하는 건 넌센스다. 무작정 고삐를 죈 규제는 세월호의 아픔이 잊어질 무렵이 되면 분명 규제 완화 요구로 나타날 것이고, 또 한번 '끝장 토론'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장이다. 수백 명 학생이 침몰하는 배 안에 갇혀 있는데, 누가 선장인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저 선상 승객들만 배에 태우는 해경의 황당한 구조는 컨트롤타워로 해결될 성질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안전처를 세우고, 격을 장관급으로 끌어 올리고, 법령을 개정하는 '큰 그림'보다 어쩌면 구조요원, 관제요원 하나라도 제대로 키워내는 '작은 그림'이 더 절실할 지도 모른다.

'국가개조' 같은 요란한 네이밍은 필요 없다. 여론 무마나 국면 전환 같은 건 생각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오직 하나, 속죄의 마음으로 '세월호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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