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월호에 부치는 일본의 위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월호에 부치는 일본의 위로

입력
2014.05.19 13:51
0 0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오준 대사가 엊그제 “세월호 참사는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유엔 회원국(통틀어 193개국이다) 거의 모두가 세월호 참사에 깊은 애도와 관심을 보여왔고 한다.

사건 당일부터 해외 주요 언론들이 실시간 주요 속보로 이 사건을 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 있게 연일 세월호 참사를 보도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참사 발생 다음 날 아침 일본 주요 신문의 1면 톱 기사와 사회면 톱 기사가 ‘세월호’였다. 그 다음 날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해야 한다는 사설을 게재한 신문도 있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평소 관심을 차치하고라도 세월호가 원래 일본 배였으니 그만한 보도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 언론은 대체로 불편부당하게 참사의 실상과 원인을 전했지만 일본인들의 시선이 그처럼 공평무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한국을 향한 멸시와 비방이었다.

대표적인 유언비어 중에 이런 게 있다. 세월호를 매각한 일본의 이시카와지마큐슈 신히타치조선 홍보 담당자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런 코멘트를 했단다. “(그 배는) 너무 낡아서 안전운항이 어려워 폐선하기로 했던 건데 한국 선박회사에서 ‘해양공원에 설치할 거니까 꼭 팔아 달라’고 요청을 해 매각했다. 실제로 운항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믿기 힘든 나라다.”

다행히 이런 말이 날조됐다는 것까지 인터넷에서 밝혀준다. “이시카와지마큐슈 신히타치조선이라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코멘트의 내용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조선회사의 홍보담당자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믿기 힘든 나라다’라고 말할 리 없지 않은가.” 안도했지만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드러나는 온갖 비리와 안전을 무시한 관행들은 이런 날조된 이야기를 뛰어 넘고도 남을 만큼 어처구니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를 남일 같지 않게 여기며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일본의 한 블로거는 세월호 참사를 처음 119에 신고하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된 단원고 최덕하군 부모를 인터뷰한 요미우리신문 기사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174명의 구조에 도움을 준 아들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한 그 부모는 그런 생각으로 자신을 납득시켜 비극을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는 거다.” 이 블로거는 최군처럼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한 고교생과 승무원도 있다고 들었다며 “한국 국민들은 이런 영웅들이 적지만 있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아 슬픔을 극복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을 다녀간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6일자 사설에서 “서울에서 다 합쳐 10년간 살았지만 이렇게 활력 없는 한국은 처음 봤다”며 “원인은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준 충격은 이번 사고와 동일본 대지진이 닮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그는 동일본 대지진 때 서울지국장으로 근무하며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의연금이 답지했고 ‘몇 톤 정도의 생수를 준비할 테니 도호쿠(東北) 지역에 전달해 주면 좋겠다’는 말까지 들었을 때는 놀랄 따름이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분노와 억울함으로 탈진한 한국에 이웃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새삼 동일본 대지진 때 도쿄에서 말문이 막힐 정도의 재난 기사를 쓰며 비슷한 느낌을 가졌던 생각이 난다. 한일은 역사문제라는 장벽에 가로 막혀 여전히 소통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참고할만한 일본의 기술과 시스템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필요할 때 주저 말고 일본에 손을 내밀자. 그들이 기꺼이 도와준다면 두 나라가 소통할 작은 단초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재난 앞에서 인간은 모두 하나다.

김범수 국제부장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