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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 대통령에 하는 고백이자 자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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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 대통령에 하는 고백이자 자백이죠"

입력
2014.05.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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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듣는 김기덕 감독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김기덕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일대일'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질문 듣는 김기덕 감독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김기덕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일대일'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주제가 명확하다. 강박이다 싶을 정도로 메시지 전달에 집중한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선연한 상징들이 널려 있다. 12일 오전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일대일’은 김 감독의 전작들과 확연히 결을 달리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대상(황금사자상) 수상작 ‘피에타’ 등 예술영화로 명성을 얻은 김 감독은 그 동안 영화를 통한 사회적 정치적 직설 화법을 자제해왔다.

교복 입은 여고생 오민주가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잔혹하게 살해된다. 권력의 어두운 힘이 작용한 듯한 이 사건 이후 사회 바닥에서 그림자처럼 살던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행동에 나선다. 범죄를 저지른 요원들과 배후인 장성을 납치해 직접 단죄하려 한다.

잡혀온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데 감히…”라고 호통치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꼬리를 내리곤 한다. 고위급은 “빨갱이”를 운운하고 “모두가 잘살자고 한 짓”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영화 속엔 사회 지도층의 권력남용과 사회 전반에 퍼진 도덕 불감증을 비판하는 대사가 즐비하다. “지들 맘대로 세상 가지고 장난치잖아” “궁지에 몰린다 싶으면 바로 꼬랑지 내리면 돼” “뭐 이 정도 사는 게 어디야, 북한 같이 사는 곳도 있는데” 등이 뒤틀린 세태에 직격탄을 날린다.

이날 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덕 감독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 드리는 고백이자 자백”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구체적으로 더 붙일 말이 없다”며 “노 대통령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셨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특정 사건과 사람을 모델로 이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를 공개하면 이를 밝히려 했으나 충분히 설명이 됐다고 판단해 말하진 않겠다”고 했다. 그는 “아마 오민주라는 이름에서 관객 각자는 상실과 훼손, 죽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오민주는 ‘오! 민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감독은 “한국은 굳이 어떤 사건을 언급하지 않아도 일어나는 사건들이 매번 쇼크를 주는 사회”라며 “영화제랑 무관하게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대사와 상황이 바이러스처럼 퍼져 우리의 현실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그답지 않게 직설적인 사회적 발언도 했다.

‘일대일’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형 문장을 스크린에 띄우며 끝맺는다. 김 감독은 “우리는 이 사회에서 가해자일수도, 피해자일수도 있다’며 “이런 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 한번쯤 자문자답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작 ‘뫼비우스’에 이어 이번에도 촬영까지 겸했다. 그는 “시간과 돈이 가장 큰 이유”라며 “극장에서 얼마나 개봉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최소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촬영장에선 카메라 이동에 30분이 걸리나 난 1분만에 옮긴다”며 “배우의 감정이 끊기지 않아 좋다”고도 했다. 김 감독은 “(전국) 100개 정도 극장에서 상영되면 배우나 스태프에게 미안하지 않을 듯하다”며 상업영화가 장악한 국내 극장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일대일’을 단 10일 동안 촬영했다. 제작사측은 “초저예산”이라며 구체적인 제작비를 밝히지 않았다. ‘일대일’은 청소년관람불가로 22일 개봉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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