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을 집대성한 고려대장경 중 간행 기록만 있고 실제 유물이 없어 실체를 알 수 없었던 밀교대장(密敎大藏) 책이 발견됐다. 밀교대장은 대승불교의 한 교파인 밀교의 경전을 집대성한 것을 가리킨다.
확인된 유물은 여러 불경에서 진언(眞言)만 따로 모은 목판 인쇄본 2점이다. 다라니라고도 부르는 진언은 밀교 수행에 쓰이는 신비한 주문이다. 서지학 전공자인 박광헌(경북대 대학원 박사과정)씨는 호림박물관 소장품 중 밀교대장 권61을 발견했고,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2008년 서울 수국사의 목조아미타여래좌상에서 나온 복장유물 중 권61(사진)과 같은 목판으로 찍은 권9가 있음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이 같은 사실을 16일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의 2014 춘계 학술대회에 보고했다.
밀교대장의 진언은 실담자(悉曇字ㆍ산스크리트 문자의 일종)로 적고 한자를 병기했다. 현존 고려대장경에도 밀교 경전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산스크리트 문자로 된 것은 거의 없다.
권61은 전체 21장 중 3장이 없어진 상태다. 본문에 책 제목과 함차(보관함 번호), 번역자 이름이 표기돼 있고 끄트머리에는 ‘산원(散員) 벼슬의 김청이 새겼다’는 문구가 있다. 김청은 고려 무신정권 3기의 최고 권력자인 김준의 아들이다. 발견자 박씨는 이로 미루어 권61은 김준 정권 때 판각된 것으로 추정했다.
밀교대장의 간행 기록은 고려시대 문인 이제현의 문집 익재난고에 실린 ‘금서밀교대장서(金書密敎大藏序)’가 유일하다. 이 기록에 따르면 고려 충숙왕 15년(1328) 금니 사경으로 밀교대장 130권을 완성했고 이에 앞서 목판본 90권이 간행됐다. 밀교대장을 찍은 목판은 현존 유물이 없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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